「칠레 인디오문화」특별전,내달 6일까지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지금부터 7천5백여년전인 기원전 5500년경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 그 미라의 주인공인 남아메리카 칠레의 인디오 원주민 어린이가 시공(時空)의 간극을 뛰어넘어 한국을 찾아왔다.

4월6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칠레인디오문화’특별전. 미라를 비롯해 환각제 흡입에 사용됐던 튜브와 나무인형 도자기 금속장신구 악기 복식 등 칠레 원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고고 민속유물 1백9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미라. 이 인공(人工)미라는 기원전 2600년경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집트 미라보다 무려 3천여년이 앞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最古). 뿐만 아니라 칠레 원주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유물이기도 하다.

이 미라는 그 모양부터가 독특하다. 먼저 시신의 가죽을 벗기고 살을 모두 제거한 다음 뼈에 버팀목을 대고 점토로 감싼 후 면과 같은 식물섬유질로 몸체를 다시 감아 원래의 사람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두개골 위에는 점토를 씌워 얼굴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다시 물감으로 얼굴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 무섭고 으스스하기보다는 귀엽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이같은 미라 제작법을 ‘친초로’방식이라 한다.

이번 특별전은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의 문화유산을 한데 모아놓은 자리이지만 낯섦은 보이지 않고 낯익은 편안함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마도 칠레 원주민이 우리와 같은 몽골로이드계 인종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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