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희 「억척 어머니」로 돌아왔다…8년만에 TV복귀

  • 입력 1998년 1월 22일 19시 46분


장미희가 8년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하지만 하얀 눈밭에 우아하게 쓰러지던 예전의 청순한 여인 역은 물론 아니다. 딸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잘라 팔고, 한겨울 새벽 우물가에서 삯빨래를 하느라 손등이 다 갈라터진… 가난속에서도 억척스럽게 6남매를 키워가는 중년의 홀어머니. 내달 4일 첫 방영되는 MBC TV 새 수목드라마 ‘6남매’에서 장미희의 모습이다. 너나없이 거품경제에 취해있던 시절 많은 젊은 남성들의 마음속 연인이었던 그가 이제 IMF시대 ‘명예퇴직 세대’가 돼버린 올드팬들 앞에 궁핍한 시대의 어머니로 변신한 것. 60년대 서울 영등포의 한 동네와 주변 공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독립제작사인 이관희프로덕션의 첫 작품이다. 이관희PD가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3년 전부터 기획, 작가 최성실씨가 극본을 써왔는데 공교롭게도 IMF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다. “연기하다 제 홀어머니 생각이 나서 목이 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지금 세상이 어렵지만 우리에겐 훨씬 더 어렵던 시절도 있었고 다 이겨냈었구나,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이웃들은 항상 정을 나누려했구나 하는 점을 다시금 깨닫고 있어요.” 90년 KBS ‘역사는 흐른다’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나오는 것이어서 그런지 장미희가 어머니 역에 들이는 공은 남다르다. “매일 녹화가 끝나면 손톱끝이 새까매져요. 고생이 얼굴에 밴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느라 잔주름 분장에 무척 신경을 쓰지요.” 지난해 마흔을 넘어선 나이답지않게 아직도 고운 얼굴. 과연 보릿고개 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얼마나 현실감있게 되살릴지 주목된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수로 있는 그는 곧 ‘나의 삶은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다’는 수필집도 낼 예정이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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