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에도 「오렌지族」 등장…무스머리에 휴대전화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오렌지 고시생」. 요즘 서울 신림동 속칭 「고시촌」에 등장한 신세대 고시생을 일컫는 말이다. 무스를 단정히 바른 깔끔한 외모에 향수냄새는 물론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과거 고시생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텁수룩한 머리, 꺼칠한 수염, 헐렁한 트레이닝복에 도수높은 안경을 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렌지 고시생의 등장은 예전에는 어려운 집안형편에서 고생하며 독학하는 고시생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고시준비생들이 늘었기 때문. 이와 함께 최근 고용이 불안해지자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유명 고시학원인 C학원 김모강사(25)는 『학원수강생의 절반 가량은 신세대 고시생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오렌지 고시생들은 이 학원 저 학원의 좋은 강의를 듣기 위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성친구를 사귀기 위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신정보 교환을 위해 휴대전화 무선호출기 PC통신 같은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것도 필수다. 검게 물들인 군용잠바에 두꺼운 법전을 옆에 낀 고시생들의 모습이 이젠 「추억의 사진첩」에 실릴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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