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도를 낸 고려증권의 예탁금 반환 및 계좌이체 업무가 8일 시작됐으나 몰려온 고객들은 업무 지연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고려증권 전국 53개 영업점은 당초 이날 오전 9시반부터 예탁금 반환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준비작업이 늦어져 2시간 가량 지연됐다.
게다가 실명확인과 예탁금잔고 확인 등으로 업무처리가 늦어져 대기표를 받은 고객들은 3,4시간씩 기다렸고 일부는 이날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돼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이 속출했다.
고려증권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계좌이체 신청을 위해 기다리던 한 고객은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는 마당에 팔 수도 없게 만든다면 그 손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고려증권측은 『창구마다 문의전화가 빗발쳐 예탁금 반환업무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대기표를 받은 고객들은 9일 우선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주택은행 롯데그룹 등과 인수를 타진중인 고려증권이 협상조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일부러 예탁금 반환 및 계좌이체를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돌았다. 고려증권 관계자는 『계좌를 다른 증권사로 옮기는 경우 증권전산의 용량이 못따라가 처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전산측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가 전산업무 마감시간도 밤 늦게까지로 연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증권 고객들의 계좌이체로 D, L, H, S 등 대그룹 계열 증권사들은 이날 하루 동안 새로 개설된 계좌 수가 평소의 7,8배에 이르는 3천∼4천개에 달하는 특수(特需)를 누리기도 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