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절도범에게 아무 인연도 없는 40대 사업가가 후견인을 자청하고 나서 법원에 선처를 호소한 끝에 절도범이 석방돼 법조계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남 보성에서 사과와 표고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문모씨(45)와 절도전과 3범인 김모씨(29).
문씨는 8월 구치소에서 김씨와 함께 지냈던 고향 친구에게서 김씨의 딱한 인생내력을 전해들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김씨는 일곱살 때부터 부산형제복지원에서 10년 동안 살다가 상경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암울한 현실만이 가로놓여 있었다.
김씨는 공사판에서 잡역부로 7년동안 열심히 일했다. 밤에는 시간을 쪼개 야학에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소박한 꿈을 키워갔지만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89년 여름 김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굶기를 밥먹듯했다.시내를 배회하다가 이름모를 사람들에게 붙잡혀 새우잡이 배에 태워져 1년 동안 고생하다가 탈출하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1년만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도둑질에 손을 대고 말았다.
김씨의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문씨는 보호자 없이 지낸 것이 김씨가 범죄의 수렁에 빠진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문씨는 김씨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로 작정하고 몇달 동안 매주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김씨를 위로했다. 수백만원의 자비를 들여 변호인까지 선임했다. 심지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김씨를 책임지고 선도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구충서·具忠書 부장판사)는 14일 지난 5월 종묘공원에서 신용카드를 훔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0월이 선고된 김씨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비록 상습절도범이긴 하지만 자신의 농장직원으로 데리고 있으면서 사랑으로 김씨를 선도할테니 재활의 기회를 달라는 문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