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아버지 빛에 가린 아들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

  • 입력 1997년 11월 4일 08시 28분


《『이 젊은이는 보기드문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에 못지 않다』 짤막하지만 호의를 담은 이 인물평은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제자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1791∼1844)에 대해 한 말이다. 프란츠 크사버는 대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의 아들.》 「모차르트 살해범」으로 알려진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아들을 가르친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아마데우스」가 부정확한 입소문에 근거해 역사적 고증이 잘못된 영화인 것처럼, 모차르트 아들이 음악가로서 누렸던 삶도 많은 부분 가려져 있다. 최근 스위스 디복스사에서 출반된 「모차르트 실내악 전곡집」은 아버지의 명성에 묻혀 있던 아들의 진면목을 조명한다. 프란츠는 모차르트와 콘스탄체 부부 사이의 둘째아들(어릴 때 사망한 4명 제외). 아버지가 죽기 불과 몇달 전 출생해 간신히 유복자를 면했다. 모차르트와 절친했던 하이든이 교육비를 보태주었고, 다섯살 때 피아노공부를 시작한다. 스승들 중 살리에리, 훔멜 등은 그의 작곡기법에 큰 영향을 준다. 그의 재능은 살리에리의 예언대로 아버지처럼 빛나는 것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다. 음반에 나타난 프란츠의 음악은 「모차르트의 아들」 대신 당당히 자기세계를 확립한 낭만주의 예술가를 보여준다. 작품번호 1인 피아노 4중주곡의 단조로움에 눈감더라도, 바이올린 소나타 B♭장조며 첼로 소나타 E장조에서 들려오는 풍요한 선율과 주제전개의 창의성은 그를 재평가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재료가 된다. 슈먼을 선도하는 듯한 고(高)낭만주의의 원숙한 표현력이 그의 작품을 수놓는다. 연주를 담당한 라비니아 3중주단 역시 칭송을 받을 만하다. 적당한 터치의 부피를 가진 피아노의 「노래」, 정감어린 바이올린 선율…. 바이올린 라이너 슈미트의 이름이 눈에 익다면 그가 유명한 하겐 4중주단의 일원이라는 점을 상기할 만하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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