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농쿠르 지휘 「브람스교향곡전집」 선보여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지휘자 니콜라스 아르농쿠르가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 브람스 교향곡 전집(전4곡·텔덱)을 내놓았다.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을 지휘하는 「원전연주」지휘자였을 때부터 아르농쿠르의 연주는 정제되지 않은 소박함과 박력으로 소문나 있었다. 둥글리지 않은 호른의 파열음, 찰기가 지나친 나머지 현과 활이 마주쳐 불꽃을 내는 듯한 현악기군의 음향은 일찍이 아르농쿠르의 연주가 가졌던 특색이다. 베를린 필은 어떤 악단인가.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의 지휘봉끝에서 조련된 이 악단은 「독일병정」처럼 정밀한 나머지 기계적이기까지 하다고 소문이 나있다. 이 콤비에 의한 새 브람스 교향곡전집의 음향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활기있는 현의 부딪힘, 뾰족한 금관의 폭발. 그러나 아르농쿠르의 브람스에서는 「낭만」과 「감상」이 상당부분 탈색돼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현악부 선율의 연결을 독특하게 설계했기 때문. 『예전의 현악주자들이 한번의 활긋기에서 소화하던 음표들을 오늘날에는 네번에 나눠 긋는다』 아르농쿠르의 설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연주법을 「학술적으로 올바르게」 고친 결과 연주의 표정은 매우 달라진다. 기존의 연주에서 길고 유려하게 굽이쳐 내면의 절절한 쓸쓸함을 나타내거나 장엄함을 호소하던 선율은 아르농쿠르의 손끝에서 도막도막 분절되거나 예전과 전혀 다른 강약의 기복을 가진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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