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공포 『겨울이 두렵다』…한반도 「최악 기상」우려

  • 입력 1997년 9월 26일 20시 31분


올 겨울 날씨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지난 4월 동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해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극심한 기상이변이 예상된다며 긴장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한 기단배치의 변화로 중앙아시아 상공에 형성돼 있는 한대기류가 남하할 경우 한반도에 사상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치며 폭설이 내리게 된다는 것. 북미쪽으로 이동하면 이상고온 현상으로 내년 봄 심각한 농작물 병충해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엘니뇨 전문연구기관인 미국 국제기후예측연구소와 엘니뇨현상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토론하며 미국 일본의 기상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엘니뇨는 페루연안 등 동태평양 상공에서 부는 무역풍이 약화되면서 해수(海水)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 주로 성탄절을 전후해 발생하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로 명명됐다. 엘니뇨의 위세가 이상적으로 커지면 거의 전 지구 표면에 폭우와 폭설, 이상고온과 한파, 가뭄 등 갖가지 기상이변을 일으켜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진다. 82, 83년 두 해 동안 계속된 엘니뇨는 호주 파나마 인도 등 전세계에 걸쳐 2천여명의 인명피해와 최소 1백3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기록했다. 현재 동태평양 수온이 평소보다 5도 이상 높아지는 등 올해도 82, 83년 못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 여름 티베트지방의 고압대 영향으로 북한지역이 폭염과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 등 이미 엘니뇨 영향권에 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발생지로 볼 때 허리케인인 제19호 태풍 올리와가 이달초 극동지역으로 진로를 바꾼 것도 엘니뇨 때문이었다는 것. 기상청 박정규(朴正圭)박사는 『올 엘니뇨는 예년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예상돼 기상예보에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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