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장면은 왜 수녀원에 숨어 있었나」

  • 입력 1997년 9월 23일 07시 54분


「5.16쿠데타가 터지고 내가 수녀원에 있을 때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어. 내 행방을 수소문하는 거야. 나는 그 연락을 받지 않고 또 연락도 안했어. 그 이유가… 내가 고백할 게 있는데… 당시 박정희 뒤에는 최경록 장군이 있고 또 최장군 뒤에는 자네 부친 정일형박사가 있던 걸로 알고 있었어. 그래서 무척 당황했고 나가봐야 소용없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참 그런 망령이 들었었어…」. 4월혁명으로 갓 태동한 민주정부가 쿠데타의 군화에 짓이겨지던 바로 그 순간, 왜 장면총리는 수녀원에 몸을 숨긴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장면 은신 36시간의 미스터리」, 그에 대한 장총리의 「고해성사」는 허망하기까지 하다. 장총리가 숨지기 두달전인 66년4월 부활절날, 그는 함께 명동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저자에게 이같은 고백을 했다고 한다. 당시 권력 핵심부에서 떠돌던 「정일형(외무장관)―최경록(육군참모총장)―김홍한(총리비서실장) 3인의 권력장악 기도설」을 5.16쿠데타의 실제 배후로 오판했다는 것. 저자는 주위의 만류로 지난 31년동안 이같은 사실을 덮어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하나 둘 증인들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실의 공개를 미룰 수 없었다고. 이책은 이밖에 「왜 윤보선대통령은 쿠데타 진압을 반대했는가?」 「미국은 쿠데타를 지지했는가, 반대했는가?」 「이한림 1군사령관의 우유부단함은 무엇 때문이었나?」 등등 아직도 역사의 베일 속에 가려있는 당시의 정황에 오늘의 돋보기를 들이댄다. 동아일보사. 값 7,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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