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등 유통업체,고정고객 확보공세…『지역주민 잡아라』

  • 입력 1997년 9월 19일 20시 11분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은 지난해 3월 광고전략을 확 바꿨다. 개점 이후 줄곧 신세대 주부인 「미시족」을 겨냥하던 것에서 「신촌주민의 백화점」임을 선언하고 나선 것. 「그레이스는 신촌지엔느를 사랑합니다」. 그레이스는 파리잔느(파리 시민)를 본뜬 「신촌지엔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신촌주민들을 상대로 열렬한 구애공세를 폈다. 결과적으로 「신촌〓그레이스」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자평(自評)을 내리고 있다. 그레이스의 변신은 유통업체들이 최근 부쩍 힘을 쏟고 있는 「지역밀착」노력의 한 실례다. 지역성을 강조함으로써 상권내 주민들이 다른 지역 백화점 등으로 「새는」 것을 막고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유통업체들의 계산이다. 롯데백화점이 다음달 서울 관악구에 새로 개점하는 매장의 이름은 당초 「보라매점」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최근 「관악점」으로 변경했다. 조금이라도 더 「지역성」을 내세우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런 경향은 서울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방에 출점하는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지방진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려는 속셈도 크게 작용한다. 제주 E마트는 올초 제주산 밀감을 대량 구입, 미국으로 수출해 지역 재배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E마트는 밀감 외에 다른 특산물 재배농들과도 활발히 구매계약을 하는 등 주민들에게 점수 따기에 열심이다. 이번달 개점한 삼성물산 홈플러스는 『향토업체를 우선 모시겠습니다』고 밝히고 나섰다. 대구 경북 지역 산지 생산업체 50여곳과 직거래 계약을 체결, 생식품 대부분을 향토업체에서 조달한다. 이런 직거래 방식은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이미지를 얻는 것은 물론 각종 생식품을 시중가보다 20∼30%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다르지 않다. 지역주부의 파트타임 직원채용, 지역 불우이웃 돕기 등이 이런 노력의 실례들이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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