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대학 세계여행]인도,가난해도 마음이 풍요한 나라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엄청난 빈부격차와 모진 자연조건을 경건한 신앙심으로 이겨내고 있는 나라 인도. 그땅에 발을 디디던 날 현지 대학생들이 마련해 준 성대한 환영파티에 참석했다. 파티가 열린 도시는 마드라스. 드라비다문화의 중심지인 남인도의 관문으로서 인도 4대 도시중 하나다. 남인도의 계절은 세가지로 분류되는데 더운 계절, 무더운 계절, 찌는 듯 무더운 계절이 바로 그것. 마드라스는 그중 언제 가더라도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외국인을 괴롭히는 곳이다. 파티장으로 옮길 때는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빈 자리가 없어 운전석 옆에 놓여진 엔진위에 앉았다. 어린 시절 운전사 아저씨에게 혼날까봐 조마조마하며 앉았던 버스 맨 앞 뜨끈뜨끈한 엔진자리를 생각나게 했다. 인도 시내버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적이었다. 후진국의 운전문화답게 운전사가 쉴새없이 눌러대는 경적은 손으로 누르면 소리가 나는 공기주머니 모양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운전석 오른쪽, 즉 버스 바깥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와 반대방향으로 다니도록 돼 있는데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선의 끝까지 내달리는 끔찍한 곡예운전을 하는 차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지난해 타지마홀을 보러 가던 유람선 대학생들이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던 대형 교통사고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교통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은 이곳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반이었다. 꽉 막힌 도로를 짜증을 내며 가다 보면 한가지 위안거리를 찾을 수 있다. 길가 주차장에 최근 수입된 듯 위용을 자랑하는 국산 승용차들이 벤츠 등 외국의 유명 승용차와 나란히 범퍼를 함께 하며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이들에게는 우리 자동차나 유럽과 미국의 고급승용차를 같은 수준의 수입차로 간주하고 있는 듯 했다. 유람선에서 내리기 전 선생님들로부터 「인도의 경제수준은 중국보다는 뒤져 있고 베트남보다는 앞서 있다」는 사전교육을 받았었다. 그러나 막상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밤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중국보다 오히려 앞서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환영파티는 인도 대학생과 교수님들과의 만남의 시간, 저녁식사, 인도전통 춤 관람의 순으로 이어졌다. 이곳의 전통 춤은 온몸을 이용해 감정을 표현하고 동물의 흉내를 내는 등 다소 감각적인 몸짓이 많이 섞여 있었다. 특히 다리를 많이 사용해 이를 한참 보고 있으면 인도여자들은 얼굴은 예쁜 반면에 다리는 통나무처럼 굵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파티가 끝난 뒤 밖으로 나오니 손바닥에 문신을 공짜로 새겨줘 무언가 했다. 알고 보니 결혼하는 신부에게 「이제 더 이상 처녀가 아니다」라는 상징을 남기는 힌두교의 전통 의식으로 외국인에게 기념으로 새겨준다는 것이었다. 인도에서는 신부가 혼인식을 치른 뒤 「성적으로 한 남자에게 종속됐다」는 표시로 손바닥 문신말고 이마에 빨간 곤지를 찍고 코에 링을 해준다.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아줌마인지 처녀인지 구별못할 일은 없다고 한다. 인도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밥 먹는 방법. 비랴야니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와 같은 국물요리를 먹는 자리에서였다. 모두들 밥을 접시의 한쪽 구석에 담고 다른쪽 구석에 국을 뜬 뒤 오른손으로 잘 비벼 입으로 밀어 넣는 것이었다. 뒷간에서 사용하는 왼손으로 밥을 비비면 미개인(?)취급을 받는다. 인도사람에게 왜 손으로 비벼서 먹느냐고 물으면 숟가락이나 포크를 이용하면 손처럼 자유롭게 비빌 수 없고 손에서 묻어 나오는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인도는 영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다. 한해 동안 만드는 영화가 6백여편. 하루에 두편꼴로 새로운 영화가 제작되는 셈이다. 인도에서 유난히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로는 우선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들 수 있다. 종교나 지역에 따라 판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땅이 넓다보니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국어가 15개나 된다. 따라서 TV나 라디오가 전국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그리고 후텁지근한 무더위와 힌두교리때문에 술문화가 발달할 수 없었던 것도 영화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인도영화의 주제는 대부분 사랑인데 이상적인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 스토리가 많고 영화 중간중간에 춤과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형진씨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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