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만화,누가 돌을 던지랴…TV등도 폭력적인데』

  • 입력 1997년 8월 26일 08시 32분


『우리나라에는 맘껏 상상력을 발휘할 곳도, 꿈도 없다』 대학입시를 코 앞에 둔 영철(서울 Y고)이 최근 내린 결론이다. 영철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만화광. PC통신에 만화에 관한 비평을 한 달에 두서너차례 올릴 정도로 나름대로 전문가적 안목도 지녔다. 영철이의 꿈은 세계적인 만화영화감독이 되는 것. 대학도 만화관련 학과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하필이면 만화」냐며 반대를 하던 부모님들도 영철이의 「굳은 뜻」을 수긍했다. 하지만 영철이는 만화가의 꿈을 포기했다. 얼마전 이현세씨 등 만화가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을 보고 내린 결론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만화를 보고 청소년들이 따라한다고요? 그러면 전부다 일진회에 가입하고 「빨간 마후라」 찍고 해야겠네요. 우리들도 만화와 현실은 구분할 줄 알아요』 최근 만화가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는 1318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만화요? 만화가가 무슨 죄가 있어요. 야한 걸로 따지면 비디오가 더한데요』 올해 중3인 시내(서울 W중)의 대답이다. 『이번에 문제가 됐다는 이현세아저씨의 「천국의 신화」를 봤어요. 청소년용과 성인용 둘 다요. 여자들을 너무 비하시켰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게 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진이(인천 I여고 3년)는 좀 더 적극적이다. 『폭력적인 걸로 따지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용의 눈물」이 만화보다 더한거 아닌가요. 형제끼리 죽이고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잖아요』 물론 진이도 없어져야 할 저질만화가 많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만화중엔 정말 야하고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것도 있어요. 특히 일본만화들이요. 왜 그런 저질 일본만화는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작가들만 잡아가는지 이해가 안돼요』 학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 진이 엄마 김성녀씨(41)는 이렇게 말한다. 『TV 비디오 등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것들이 도처에 깔렸는데 만화만 제재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요? 예전 우리들이 보던 순정만화도 야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것에 애들이 영향을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만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하는 서울YWCA 청소년 유해 환경감시단의 김선덕부장은 모든 만화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한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만화라고 말한다. 『잔학하고 선정적인 일본 저질만화에 청소년들이 노출될 때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해준(서울 S중3년)은 이번 「만화가 검찰소환」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될 것으로 단언한다. 『학교폭력을 없앤다고 얼마전에 난리법석이 났잖아요. 교문에 신고하면 반드시 처리한다는 플래카드도 달리고요. 하지만 신고하는 애들도 없고 선생님들도 귀찮아해요.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요. 만화단속도 그런 거 아니에요?』 〈전 창기자〉 ▼ PC통신에 뜬 「만화생각」 ▼ ―그 만화 나온 지가 언젠데…. 정말 답답하다. 얼마전 10대 포르노 사건이후로 왈가왈부. 올바른 기준조차 없는 심의와 판단들. 아 정말 왜 이러는가?(PUR52) ―만화방에서 「천국의 신화」를 보았다. 별무리 없이 보았다고 생각한다. 일본만화 마구 찍어내는 회사는 왜 안잡을까? (HYDEL312) ―작가의 머리 속까지 법적 잣대로 재려 하는 사법부도 문제지만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장면묘사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자기 기분에 도취되어 이야기 전개상 필요없는 과도한 성묘사부분은 생략해주기 바란다.(JDH690) ―만약에 이현세씨와 모당의 모씨가 같이 대통령후보로 나온다면 누가 더 많은 표를 얻을까? 어차피 성과 폭력은 사회의 한부분. 이를 가르치는 사람은 모른척하고 이를 가리키는 사람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Y3133) ―문화는 자정능력으로 걸러내야 할 부분이지 사법처리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예전 미니스커트를 자로 재거나 장발단속을 하던 시대와 지금이 별로 다르지 않다.(VOYE URIS) ―늦어도 한참 늦었다. 아이들과 같이 식사도중에 신문을 볼라치면 야한 만화와 사진이 있다. 변명의 여지없이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TEAWON7) ―우리의 「이현세 아찌」는 재수없게 찍혔다. 몇달만 늦게 만화가 출간됐어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비디오방에 성인영화들 잘들 있는지 가봐야겠네.(KRASH) ―당국이 학원폭력을 내세워 만화를 아주 박살내는데 그렇게 청소년을 아낀다면 저질 일본만화를 추방했어야지….(NISEGOD) ―표현의 자유를 외치기 전에 만화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쓰레기같은 작품들이 넘쳐나면 날벼락 맞을 수 있다.(HISHIP) 〈정리〓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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