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화가 스튜어트 블랙톤이 1906년 세계 최초의 만화영화 「재미 있는 표정들」을 만든 후 90여년이 지났다. 그간 영사막 위에 띄운 수천편의 애니메이션(만화영화) 가운데 언제봐도 감동적인 필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만화영화를 만들고자 꿈꾸는 하이틴이 한번쯤 봐둬야 할 고전적인 작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내의 이름 있는 만화가들은 입을 모아 「나무를 심은 사람」을 추천한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원작을 캐나다 만화가 프레드릭 백이 줄곧 혼자서 그린 걸작.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알프스의 불모지에서 55세의 양치기 엘지아 부피에가 혼자서 도토리 파종을 시작, 거대한 떡갈나무숲을 일궈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느릿느릿 진행하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화면이 인상파적인 그림 솜씨를 드러낸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다.
우리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제작하고 있는 박재동씨는 『스토리와 화면의 미학성을 모두 충족하는 것으로 디즈니의 작품들이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알라딘」 「노틀담의 꼽추」 「라이언 킹」 「포카 혼타스」 「미녀와 야수」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풍성한 상상력과 다채롭고 호화로운 화면으로 삶에 대한 낙관적인 희망을 품게 한다는 것. 미국 대규모 영화자본의 작품답게 제작비도 많이 들였다. 「미녀와 야수」의 경우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액인 3천5백만달러(3백억원) 가량 들였다.
리처드 윌리엄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하는가」는 실제 인물영화와 만화영화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걸작으로 많이 추천받고 있다. 47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천방지축인 토끼 장난꾸러기 로저 래빗이 영화사 사장을 죽인 혐의로 쫓긴다. 세상에서 유머를 없애버리려는 엄숙한 세력과 겨뤄 웃음을 지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둘리나라」 대표 김수정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다카하다 이사오의 「추억은 방울방울」,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의 토토루」를 추천했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91년 일본 극장흥행 1위 작품. 60,70년대 일본의 정경을 단아하게 담아내면서 청소년들의 인간애를 그렸다. 「이웃의 토토루」는 환상적인 터치로 농촌 자매의 우애와 자연미를 담았다. 두 만화가는 일본 산업사회의 성장지상주의를 반성하는 대표적인 지성파 작가. 오락성과 성찰을 담은 작품들을 그려오고 있다. 미야자키의 또다른 대표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추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산업문명이 붕괴되고 천년 후, 숲과 동식물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소녀 나우시카가 주인공이다. 작가 특유의 공중 비행장면이 환상적이다.
김수정씨는 『작가 지망생들이 국제경쟁력 있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야 앞으로 국내에서도 그 이상의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 다카하다나 미야자키의 작품들은 정식 수입되고 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