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느끼는 거리가 길어지고 넓어진 것은 위 아래로 늘어난 새로운 주거도시들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산과 분당은 서울을 위 아래로 길게 느끼게 하는 새로 지은 도시다.
이들 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살림집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도시는 집 지을 터로 조밀하게 나뉘어 있으며 사람들은 부산하게 자신의 집을 짓고 있다. 이집트 구르나 마을의 집짓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건축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계 외에는 매우 자유스런 모습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각기 주제와 변주(變奏)의 관계에서 멀어진 지 오래며 균질과 관성을 상실한 지도 오래다. 장소의 혼(魂)보다는 경계로부터 규정지으려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이데거는 집짓기 철학에서 『땅은 조력자로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며 하늘은 태양이 지나가는 둥근 길로 구름과 깊은 푸르름이 있다』고 말했다. 거주를 바로 인간이 땅 위에 존재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했듯이 집짓기의 기본은 땅의 총체성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집 지을 터와 그 터 앞에 나지막이 휘도는 모습을 한 정발산은 일상과 쉽게 연결되는 평안함과 함께 결코 위압적이지 않아 삶에 여유를 주고 있다. 눈에 꼭 차지 않는 동산에 불과하지만 정발산은 이미 사라진 주변 맥락에 삶의 흔적을 수혈하는 주요한 표상이다.
일산 장항동 단독주택 채한경(採翰梗)을 통해 본 것도 다시 보고 돌아온 곳도 다시 뒤돌아보며 구석도 다시 살피게 되는 사사로운 일상적 생활을 선명히 부각하고자 했다.
편리성에 함몰된 이 시대의 구태(舊態)를 떠나 기교적 편리함도, 체감적 편리함도 멀리하고자 했다. 작은 대지를 확장하고 땅과 건축의 관계를 상호 인식하기 위해 도입된 진입부에서 지하 아래 정원을 통해 앞마당으로 통하는 길은 집의 체온과 체질을 밖에서도 느끼게 하는 주요 요소다.
다양한 매개 공간들이 이러한 과정과 경험의 길에 산재해 있으며 내외부를 막론하고 단절없이 이어지는 연결의 공간들은 가사의 형식과 수식할 부분들을 부단히 묘사하고 특징지우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병윤<백제예술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약력
△한양대 건축학과졸 △영국 AA 건축학교 수학 △4.3그룹전, 13인의 작가전, 김수근 10주기전 출품 △대한민국건축대전 초대작가 △스튜디오 메타 대표건축가 0652―25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