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회갑연」…울어버린 선생님

  • 입력 1997년 7월 11일 08시 04분


『오늘같이 좋은 날엔 맞담배를 피워도 선생님이 다 이해하시겠지』 『안돼. 나이를 먹었어도 우린 제자야』 10일 오후7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 중국음식점 3층 연회장. 수도전공에서 3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金永祿(김영록·60)교사의 회갑잔치를 연 이 학교 48,49회 졸업생 1백50여명은 중년의 나이도 잊은 채 어느덧 까까머리 고교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고3 때 김교사가 담임이었다는 李年鎔(이연용·40·컨설팅회사 사장)씨는 『친자식처럼 제자들을 대하시던 선생님의 깊은 정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선생님께는 조촐한 저녁식사 모임이라고 거짓말을 해 승낙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담임교사도 아니면서 취업을 위해 애써준 김교사를 잊지 못해 경기 이천에서 달려왔다는 李仁九(이인구·39·목장경영)씨는 『많은 제자들이 선생님의 푸근한 사랑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며 『요즘의 교육현장에는 교사와 학생간에 형식적인 관계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김교사의 회갑연에는 수도전공 교사 50여명도 함께 초대돼 선후배간 사제간의 즐거운 한때를 가졌다. 장성한 제자의 등에 업힌 채 입안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던 김교사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진 요즘 아직도 내겐 이처럼 훌륭한 제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행사 끝무렵 「어버이은혜」와 「스승의 은혜」 노래가 연이어 울려퍼지자 재작년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김교사는 1백50여명의 「아들」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감격에 겨운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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