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넉넉하게, 더 스포티하게, 더 간편하게」.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파리의 남서쪽 끝에 자리잡은 파리엑스포공원 주전시장에서 열린 파리 국제남성복전시회(SEHM)에서 드러난 내년 봄 여름 남성패션의 경향이다. 바로 그 전주에 피렌체에서 개최된 이탈리아남성복전시회(피티 우오모)와 함께 유럽 남성패션계의 양대 행사. 피티 우오모는 정장이 강세라면 「SEHM」은 세계 남성캐주얼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3천㎡ 규모의 대형 행사장 안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27개국 7백여개 브랜드들이 부스를 마련해 놓고 세계 전역에서 몰려든 바이어를 맞았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2시간 간격으로 춤과 음악을 곁들인 남성복 패션쇼를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행사에서는 정장 캐주얼웨어 구두 모자 넥타이 양말 가방 남성용액세서리 등 온갖 남성패션제품이 선보였다. 임마누엘 웅가로 피에르발망 레드스킨 찰스주르당 랑방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멋과 품위를 자랑했다.
전시회는 도시패션, 진과 스트리트웨어, 신진디자이너공간이라는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도시패션 부문에 출품된 정장과 정장풍 캐주얼웨어들은 더블브레스티드 슈트가 많았고 사파리풍 재킷의 유행도 예감케 했다. 어깨와 허리가 한결 넉넉해진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푸른색과 회색, 흰색 밤색을 기본으로 파스텔톤과 비비드컬러가 널리 채택됐다.
60년대 복고풍 스타일이 주종을 이룬 진과 스트리트웨어에는 검정 감색 등 기본색상에 표면이 금속성으로 처리되거나 이국적인 꽃무늬, 자잘한 체크무늬가 박힌 소재 등도 많이 사용됐다. 신진디자이너들은 여성복에만 채용됐던 비대칭 스타일 등을 과감히 채택한 작품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캐주얼웨어 제조업체인 ㈜쿠기어드벤처, 디자이너 우영미씨의 솔리드옴므, 넥타이 전문제조업체인 ㈜세현 등 3개 업체가 참가, 유럽시장을 노크했다. 참가 3∼4개월 전부터 제품의 샘플과 사진으로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좁은 문」을 통과한 업체들.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로 참가한 ㈜쿠기어드벤처의 최중인과장은 『최근 한국의류에 대한 유럽패션계의 관심이 높아진데다 올해 초 첫 참가 때 상당수의 바이어들이 구매를 원해 규모를 확대해 다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스에는 20여명의 유럽 바이어들이 구매상담을 해왔다. 솔리드옴므의 우영미씨는 바이어들이 창의성 높은 디자인과 품질만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젊은 디자이너의 진출에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3∼7일에는 「파리남성복컬렉션」도 열려 장 폴 고티에, 폴 스미스 등 50여명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시내 곳곳에서 펼쳐졌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노승은씨가 파격적 스타일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여 전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