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한 입 베어문 오이가 마른 입 안으로 시원하게 넘어간다.
오전 7시반 서울 예일여고 3학년 2반 교실.
방송수업 1교시와 2교시 사이 10분의 짬에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야채와 과일을 꺼내 삼삼오오 둘러앉는다. 먹기 좋게 썰어온 오이와 당근은 고추장에 푹 찍어먹고 토마토 귤 수박 복숭아 등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노곤함을 잊게 해주는 즐거운 「야채 먹는 시간」. 8년째 고3학급을 담임해온 윤순자교사(49·가정과)가 지난해부터 실천해온 아이디어다. 영양이 부족한 고3학생들이 학교에서 야채와 과일을 먹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 것. 오이나 당근은 필수, 과일은 선택이다.
매일 아침 「야채 준비물」 싸오는 것을 귀찮아할 법도 한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방송수업 끝날 때쯤이면 졸린데 야채 먹을 생각을 하면 잠이 달아나요』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같은 살찌는 군것질을 덜하게 돼요』
가끔 「야채 먹는 시간」에 계란 잔치가 벌어질 때도 있다.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안 해올 경우 벌칙으로 반 친구들 몫의 계란을 삶아오는 것. 이 때문에 규칙을 위반하는 학생도 눈에 띄게 줄었고 학생들이 영양보충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윤교사의 귀띔.
〈윤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