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태극… 이순신… 애국심호소 광고 『봇물』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04분


「한국인이여 파이팅」.

불황에다 외국기업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우리 경제. 그러나 언제까지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인가.실의를 떨치고 다시 일어서는 「한국인의 힘」을 소재로 한 기업광고가 요즘 부쩍 많아지고 있다. 이들 광고는 한국경제의 선전(善戰)을 독려하는 응원가이자 우리기업 제품을 애용해달라는 절절한 호소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LG전자의 「챔피언 정신」편은 토종황소를 내세워 우리 민족의 「끈기와 투지」를 강조한다.

황량한 벌판에서 험상궂은 외국의 검은소와 맞선 황소. 커다랗게 뜬 눈이 한없이 순해 보이지만 외국소와 맞서 한치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뚝심이 믿음직스럽다. 그 위에 흐르는 한줄의 카피.「5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저력, LG전자가 챔피언정신으로 이어갑니다」.

프로스펙스 광고도 「한국인의 힘」이 브라운관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우리 축구선수.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옆부분을 강타하자 수백년간 기울어져 있던 사탑이 수직으로 일어선다. 전편에선 이순신장군 동상의 힘을 빌렸으나 이번엔 무대를 세계로 넓혀 외국스포츠 브랜드와의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

유공의 「힘있는 조국을 위하여, 한국의 힘 유공」이나 한솔의 「풀려라 대한민국」 광고도 경제적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주문」을 담고 있다. 동양매직은 가스레인지 모델을 새로 내놓으면서 제품명을 아예 「독도사랑」으로 붙여 직설적인 애국심 공세를 펴고 있다. 뒤집어진 독도 그림과 「누가 독도를 뒤집는가」라는 문구는 수입제품에 짓밟힌 한국인의 자존심 회복을 호소한다.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한국의 기술」로 만든 우리 제품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드넓은 대양에서 참치떼를 쫓는 선단의 모습이 펼쳐지는 동원산업 광고. 참치를 건져올리는 그물의 모양은 차츰 태극의 형상으로 변한다. 내달 1일 참치캔 수입개방을 앞둔 방어전략이 들어 있다.

田旭培(전욱배)LG애드기획5팀장은 『위기를 맞을수록 더욱 안으로 뭉치고 힘을 내는 것이 우리 민족』이라면서 『내외에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이런 국민정서를 빌려 위기를 극복하려는 광고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이명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