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한총련에 『민주화聖地 더럽히지 말라』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과거 권위주의정권 시절부터 학생과 사회운동단체가 마지막으로몸을숨기고도움을청하는 「최후의성역(聖域)」 명동성당. 수배자라 하더라도 일단 성당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서슬퍼렇던 유신정권과 5공정권도 눈앞의 농성자들을 어찌하지 못한 채 입구 밖에서 속앓이만 해온 게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李石(이석)씨 상해치사 사건 등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총련은 이 「성역」으로부터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13일 오전 7시경 성당에 예배를 보러가던 한 여신도는 성당입구 계단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농성중인 한총련 학생들에게 계란을 던지며 성당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40대 후반의 이 신도는 성당 입구를 올라가다 『성당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며 핸드백에서 날계란 1개를 꺼내 던져 농성중이던 한 여학생의 뒷머리를 맞혔다. 이에 앞서 성당은 12일 저녁 7시경 신도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목협의회를 열어 『한총련이 교회정신에 맞지 않으므로 농성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학생들에게 나가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지금까지 성당을 찾아 몸을 의탁한 사람을 성당측이나 신도들이 단 한번도 박대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에 비추어 이같은 반응은 하나의 「사건」. 그러나 학생들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농성대표자 夫珉赫(부민혁·21·부산대 동아리연합회장)씨는 『나가달라는 말을 할게 뻔한 상황에서 신부들과 굳이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金泳三(김영삼)정권이 퇴진하는 날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은 『학생들 스스로 민주화 성지라고 부르는 명동성당에 무단으로 들어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면서 국민의 동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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