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5분다이제스트]「성서이야기」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3분


<이누카이 미치코 지음/한길사/9,000원> 성서 읽기는 쉽지 않다. 이집트를 「애굽」, 파라오를 「바로」, 에이브라햄을 「아브라함」으로 한자식 음차해 놓은 단어들부터가 생소하다. 성서가 담고 있는 민화풍의 고졸(古拙)하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지쳐버릴 수도 있다. 성서 읽기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성서가 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심층적 인식욕구를 해소시켜주는 게 이 책이다. 구약 속의 히브리 민족사에 대한 고고학적 서지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당대 인간들의 드라마틱한 운명들을 명료한 현대어로 읽을 수 있다. 고증을 거듭한 솔로몬 성전의 평면도 단면도, 구약시대 말기(기원전 2∼1세기)에 입던 장옷과 샌들의 그림, 모세시대 히브리인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잊지 않고자 만들었던 매듭 징표를 스케치로 제시해놓고 있다. 미치코에 따르면 솔로몬왕은 구리를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아브라함은 인류최초 문명권의 하나인 수메르 문화권 출신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성서의 일대일 보복규정은 당시 중근동 지역의 잔혹한 처벌규정에 비춰볼 때 파격적으로 완화된 형벌이다. 모세로 하여금 히브리인들을 데리고 이집트를 탈출하게 만들었던 강압적인 파라오는 람세스가 아니라 투탕카멘2세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원로 성서학자인 미치코는 군국시절 우익 청년장교들에게 암살당한 비운의 총리 이누카이 쓰요시의 손녀다. 전세계를 상대로 난민구호활동을 벌여온 「사랑의 저널리스트」다. 그녀가 20년 동안 퇴고와 개정을 거듭한 이 책에는 정보 이상의 진정한 신심과 사랑이 담겨있다. 이원두 옮김.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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