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씨 「황금비늘」 펴내…황금만능주의 인간군상 질타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2분


춘천 사는 기행(奇行)작가 이외수가 5년만에 신작 「황금비늘」(동문선)을 펴냈다. 그는 그간 「들개」 「칼」 「장수하늘소」를 통해 도(道)를 이야기해왔다. 이번에 화두로 삼은 것은 신선 사는 마을의 황금비늘 물고기, 금선어(金仙魚)다. 그가 사는 북한강 상류에는 춘천 화천 소양 의암의 이름을 단 댐들이 있다. 물을 자유롭게 오가던 고기들은 언제부턴가 이들 시멘트 벽에 갇혀버렸다. 그러나 금선어에게는 제약이 없다. 갇힌 물이 피워올리는 농무(濃霧)를 물삼아 지느러미를 유유자적하게 흔든다. 그는 이 무한자유의 물고기를 꿈꾸기 위해 스스로를 가둔 채 집필했다. 『교도소 납품업자에게 부탁해 감옥 철문을 얻었습니다. 제 방문으로 가설하고 2년동안 두문불출했습니다』 차츰씩 안개 속을 노니는 「황금빛 발광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물고기를 쫓는 작품 속의 인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삶이 무언지 머리 부딪치는 고아원 출신 소년, 들판과 산비탈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시를 낚으려는 광인 시인, 미술전람회장을 거닐며 자유의 눈을 획득한 맹인 등이 그들이다. 황금비늘 물고기가 몸을 잠시 쉬는 작품 속의 신선마을, 「무원동(霧源洞)」은 안개 낀 세기말의 무릉도원. 저마다의 물고기를 잡으려 낚싯대를 드리운 황금만능시대의 군상들이 그토록 바라는 쉴 곳, 안개 속의 샹리라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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