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십자 대표단이 민간차원의 대북(對北)지원문제에 극적으로 합의한 북경(北京)회담은 남북간 직접접촉의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우리측 구호물자는 철저히 한국적십자사가 배제된채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간접전달되는데 그쳐 남북한이 직접 연락하거나 만날 수 있는 통로는 차단됐었다.
남북간 직접접촉은 양측이 합의한 △판문점 직통전화 재가동 △육로(신의주 만포 남양)와 해로(남포 흥남)의 직접 연결로 확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구호물자 포장시 적십자표지와 지원자 명의를 표기하고 미흡한 수준이지만 한적요원이 직접 북측 인도 인수 장소에 체류하면서 구호물자의 전달과정을 확인토록 한 것도 직접전달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특히 남측의 누구든지 원하는 북측 지역이나 친지에게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지정기탁제」는 우리의 1천만 실향민들을 설레게 한 대목이다. 실향민들이 전달창구인 한적에 원하는 지역이나 대상을 지정, 금액이나 물품을 기탁하면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구호물자가 그대로 전달된다.
정부는 이번 남북적 접촉의 성과를 밑거름으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되살려 보려는 생각이다.
정부당국은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상호 신뢰기반을 구축, 궁극적으로 당국간 창구인 4자회담에 북측의 참여를 유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민간차원의 소량지원으로서는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북측이 결국 「대규모」 식량지원이 가능한 4자회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4년9개월만에 복원된 적십자 채널이 무난히 순항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합의서보다 이행과정을 중시하겠다는 북측의 태도로 미뤄볼 때 향후 실무접촉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할 위험성이 곳곳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북경〓정연욱기자〉
▼ 합의서 요지 ▼
△구호물자의 수량과 품종 및 인도시기〓1차 옥수수 기준 5만t을 7월말까지 전달, 추가분은 쌍방합의로 결정.
△물자수송 및 인도인수〓육로는 신의주 남양 만포, 해로는 남포 흥남항.
△물자전달 방법〓2,3명의 한적요원이 물량과 품질확인후 증명서 교환.
△지정전달〓남측 기증자가 지정한 지역 및 대상자에게 그 물자를 전달.
△분배과정 입회〓국적연맹 현지대표의 북측지역내 분배과정 입회를 보장.
△편의보장〓남측 인원의 북측 체류시 통신과 숙식 등 편의 제공, 가능한 경우 남북사이 직통전화 이용.
△수송차량 및 선박의 표지〓수송차량에 적십자표지 부착, 선박의 북측 항구 입출항시 적십자 깃발만 게양.
△물자포장〓물자포장에는 적십자표지와 지원단체 또는 개인명의 표기,물자에 붙어있는 기존상표와 사용설명서는 그대로 둔다.
△수송계획의 사전통보〓남측은 수송일시 품종 수량 등의 계획을 출발 10일전까지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북측에 통보, 북측은 하역항과 인수 준비상태 등을 출발 5일전까지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남측에 통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