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용 기자] 첫눈에 반한 이웃집 여학생의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 중학교 3학년 때인 88년 처음 카메라를 잡았다는 秋賢佑(추현우·24·동국대 산업공학과 4년)씨.
그러나 그애 앞에서는 도대체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미놀타 수동카메라만 만지작거리다 고장을 냈을 뿐이었다.
고교 2학년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날 새벽. 대문을 열고 집을 나서는 그애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4층 옥상 위에 쪼그려 앉아 찍었지만 선배가 빌려준 2백㎜ 망원렌즈의 마술로 그애와 함께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랑만으로도 다가갈 수 있는 게 사진의 매력이죠』
그애는 잊혀졌다. 대신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사랑을 얻었다.
대학 때는 시위대만 따라다녔다. 운동권은 아니었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 치열하게 만나는 순간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였다. 돌을 맞고 무릎이 깨졌다. 카메라가 부서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4.19나 87년 6월의 현장에 없었던 사실을 못내 아쉬워한다.
지금은 아끼던 카메라를 손에서 놓았다. 카메라 메커니즘 공부를 하기 위해서. PC통신 소모임에서 사진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책으로 엮는 마무리작업도 하고 있다. 오는 3월에 책이 나온다. 제목은 「35㎜ 카메라의 모든 것」.
『프로요? 자유롭지 않다면 사양하겠습니다』
대학원으로 올라가 전공공부도 계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토바이폭주족을 찍으려고 그무리에 끼고 흑인죄수의 표정을 담기 위해 6개월 간의 수감생활을 자청한 60년대 미국사진작가 대니 라이언과 같은 현장의 마니아를 꿈꾼다. 꿈꾸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사진은 평생의 반려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