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炳來 기자」 『복을 요리할 때에는 복과 대화하듯이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30년동안 복요리를 해온 롯데호텔 일식당 「벤케이」주방장 박병학씨(50)는 예나 지금이나 복요리는 가장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복은 맛이 담백하고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겨울철 고급요리재료다. 술에 찌든 속을 풀려고 복을 찾는 사람도 있고 가장 맛이 좋은 제철 복맛을 잊지 않은 미식가들도 복요리를 찾는다.
『복회는 접시바닥이 비쳐보일 정도로 얇게 썰어야 맛과 감촉이 모두 좋아집니다. 채썬 미나리와 복껍질에 복회 한점씩을 말아 초간장에 찍어 먹은 뒤 복튀김을 먹고 복냄비(복지리)를 먹는 것이 최고의 복요리 코스입니다』
복냄비는 다시마와 소금으로 간을 한 국물에 복과 야채를 넣어 가볍게 익힌 후 건져내 초간장에 찍어 먹는 것. 이때 국물이 탁해질 정도로 복을 푹 익히면 맛이 달아난다. 복을 건져낸 국물에는 마지막으로 밥과 초간장을 넣어 죽으로 끓여 먹는다.
복요리의 최고 권위자인 박씨도 정작 복요리맛을 제대로 안 것은 지난 79년 벤케이에서 주방장으로 일할 때부터다. 『요리에 입문한지 10년이 넘도록 배우는 과정이 너무 고돼 가끔 복요리를 먹어도 맛을 몰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식 복요리를 배웠으나 지난 71년 구 도큐호텔에서 일하면서부터 일본식 복요리를 익히기 시작했다. 벤케이의 주방장이 된 후에도 박씨는 한동안 복을 다듬고 독을 제거하는 작업은 직접했다. 제독과정에서 한치의 실수도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요즘 회뜨기와 후배요리사 지도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에서 2명뿐인 복요리 기능장이며 전문대학에서 10여년간 강의를 했던 박씨지만 「복을 요리할 때에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해독제조차 없는 맹독속에서 소동파가 격찬한 최고의 맛을 찾아 고객에게 드리는 길은 겸손과 정성뿐이기 때문』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