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 노을 “‘청혼’ 축가? 멤버들 결혼 날짜만 안겹치면 OK”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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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8개월 만의 컴백, 그리고 첫 1위
●축가 전문 가수 노을 "무대보다 예식장이 더 떨려요"
●개그맨에게 경쟁심 느끼는 '끼 넘치는' 발라드 가수


다시 한 번 새빨간 '노을'이 졌다. 5년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한 층 더 깊어진 그리움으로 돌아온 그룹 '노을'은 우리에게 눈을 감고 귀로 노을을 보라고 말한다.

이상곤(30), 전우성(30), 나성호(29), 강균성(29) 노을 네 남자는 호소력 강한 음색과 안정된 고음으로 지난 긴 공백의 시간을 무대 위에서 토해내고 있다. 노을은 지난 10월 5년 8개월 만에 미니앨범 '그리움'을 발표했다.

2002년 데뷔한 노을은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이 기획한 4인조 보컬그룹으로 '붙잡고도', '전부 너였다', '나무' 등으로 인기를 얻다 돌연 오랜 시간동안 활동을 접었다.

그 사이 멤버들은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솔로활동과 사회생활, 뜨거운 사랑을 끝낸 멤버도 있다. 팀 해체설도 돌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그리워 그리워'는 잊어 보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사무치는 이별의 감정을 아리게 그려냈다.

'그리워 그리워'는 빌보드 K-POP차트를 포함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노을의 부활을 알렸다. 예전 곡들을 찾아 듣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아파도 아파도' 등도 차트 상위권에 재 진입 했다.

노을의 첫인상은 노래만큼이나 진지하고 정적인 듯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경쟁을 앞 다퉈 본성을 드러냈다. 그들은 엄청난 입담 꾼이었다. 또 흔히 말하는 '동네 놀던 형'처럼 위트와 자신감으로 넘쳤다.

▶"내 결혼식에는 '노을'이 '청혼'을 불러줬으면 좋겠어"

"공백 기간 짬짬이 예식장에서 살았어요. 축가 요청이 참 많았습니다. 최대한 많은 곳에 달려가려고 퀵 서비스를 이용했어요. 나중엔 퀵 서비스에 전화만 해도 우리인 줄 알았죠. 축가로 자주 부른 '청혼'이 저희의 오늘을 만들어준 고마운 곡입니다.(나성호, 전우성)"

노을의 오랜 공백은 그들이 남기고 간 노래들로 대신 채워졌다. 노을의 '청혼'은 어느새 결혼식장에 빠져서는 안 될 세레나데의 대표 곡이 되어버렸다.

"사실 축가 부를 때가 무대보다 더 떨려요. 결혼식에서 축가를 잘 부르지 못하면 신랑 신부의 인생을 망치는 듯 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그래도 저희는 멤버들 결혼식 날짜와만 겹치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좋습니다.(이상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노을은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달라진 듯 느껴졌다. 오랜 공백 기간과 흘러간 시간, 그간의 삶이 그들을 성숙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공백기에 해체설이 있었는데요?

"오래 시간 앨범을 내지 않았었죠. 그 사이 각자 많은 일들을 겪었고 군대에도 다녀왔고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그리고 다시 앨범을 냈어요.(강균성)"

-5년 8개월 만에 음반 내면서 1위 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저희를 기억할까 고민하는 마당에 1위는 바라지도 않았어요. 솔직히 1위를 바라고 앨범을 준비하지 않았지만…모든 가수가 그렇듯 막연하게 언젠가는 1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하죠.(이상곤)"

-아이돌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나요?

"저희는 노을이라는 팀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수가 어떤 흐름에 너무 휩쓸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 색깔대로 하려고 했어요.(전우성, 나성호)"


▶"조직폭력배 외모 + 소녀 감성…사실은 개그 욕구 충만한 가수"

"제 목소리가 좀 허스키하죠. 조직폭력배 같단 말도 들어봤어요. 하지만 전 담배도 안 피워요. 오히려 감성적이고 여린 성격이에요. 장난칠 때만 빼놓고요. 개그 욕심에 가끔 스스로를 단속해야 할 정도에요. 원 없이 쏟아 내고 싶을 때면 차라리 힙합이나 록을 하는 가수였으면 하고 생각해요."

노을의 오랜 팬들이라면 하나같이 인정하는 것이 두 가지다. 가창력과 유머감각이다. 네 멤버는 인터뷰 내내 마치 '개그 콘서트'의 개그맨처럼 '깨알 같은 재미'를 선보이기 여념이 없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멤버들에게 개인기를 부탁했다. 이성곤은 신이 난 듯 다른 멤버들을 부추겼고 조용하던 강균성이 연기자 신구로 돌변했다. "(쉰 소리로) 할망구야 밥 차려! 니가 할 일은 집안일이야~ 너 4주 동안 집에 들어오지 마"라고 외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능청스런 연기와 어색하지 않은 뉘앙스…. 부단한 노력이 느껴졌다. 웃지 않을 수 없는 개인기였다. 전우성과 기자가 동시에 폭소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허를 찔린 듯' 웃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다. 강균성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성호다.

그는 옆에 있던 사람도 들릴 듯 말듯 한 작은 목소리로 "내가 여기까지 와서…"라고 속삭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눈빛이 변했다. "(일용 엄니 목소리로) 야! 내가 정말 이런 확…" 엄청난 내공의 성대모사가 이어졌다. 웃느라 2~3분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노을은 기존의 발라드 가수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곡의 분위기를 위해 몸에 맞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거나, 인위적인 진지함을 팬들에게 주입시키지 않는다. 무대에선 음악에 몰입해 아련한 감성을 전하고, 무대 밖에선 넘치는 장난기로 팬들을 들썩이게 한다.

노을은 방송에서 좋아하는 걸 그룹 예찬도 서슴없이 한다. 또 매우 솔직하다. 연습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안무를 자랑스레 선보이고 그녀들의 칭찬에 기뻐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과거에도 라디오 게스트와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많은 러브 콜을 받았다.

-멤버들 모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지 않나요?

"딱 잘라 말해 섭외가 없었어요. 팀에서 대표로 한 명이 출연하는 편이었죠. 균성이가 여러모로 제일 낫다고 생각해서 저희 팀 대표로 자주 출연했죠. 요즘은 만약을 대비해 멤버 모두 방송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고 서로의 예능 감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어요.(이상곤)"

-원래 장난기가 많은 성격인가요? 평소에도 멤버들끼리 재미있게 지내나요?

"워낙 다들 장난치고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해요. 개그 욕심을 버릴 수가 없어요.(나성호)"

-2AM의 조권과 원더걸스의 선예와 JYP 입사 동기라면서요?

"JYP만 따지면 권이와 선예는 저와 동기가 맞고 균성이와 우성이 보다는 선배죠. JYP 연습생으로만 본 다면요.(이상곤)"

-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권리세 씨와는 어떤 인연인가요?

"같은 종교를 가진 친한 모임의 멤버 중 하나에요. 방송에 나오기 전부터 알았죠. 처음 봤을 때부터 '걸 그룹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 생각한 노래 잘하고 착한 동생이에요.(강균성)"

-박진영 씨와는 어떻게 지내나요?

"도전정신이 대단한 사람이에요. 모든 분야에 도전하는 삶의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친하게 지내기에 앨범 발매 전날 CD를 가지고 인사드리려 했더니 이미 음악을 듣고서는 '너무 좋다'는 말과 함께 저희만큼이나 기뻐해줬어요.(이상곤, 전우성)"

-JYP라는 대형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세계 최초 모바일 그룹으로 데뷔했잖아요? 역효과는 없었나요? 데뷔 당시가 궁금해요?

"데뷔를 앞 둔 신인으로서 최고의 기회였어요. 앞으로도 그런 기회를 가진 신인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중파 광고에 저희 노래가 전국으로 흘러 나왔고요. 1집 솔로 곡들의 개인 뮤직비디오를 다 찍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전우성, 강균성, 나성호)"

"그 당시엔 1위 할 것 같았어요. 그런 지원을 받고 데뷔하는 가수가 어디 있겠어요. 시행착오도 겪었죠. 누가 뭐래도 '노을'을 존재하게 한 좋은 경험이에요. 실패한 앨범이 아닌데 투자가 워낙 대단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진 앨범이 됐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죠. 진영이형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이상곤)"


▶노을은 해가 토해낸 피다

노을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연말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23~25일 서울 콘서트는 이미 매진됐고 31일 부산 콘서트는 벌써부터 얼추 매진되어 가는 중이다.

-연말 콘서트 준비는 잘하고 있나요?

"너무 오랜만이라서 재미있게 준비 중이에요. 진정한 저희들의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과의 빠른 소통과 호흡이 즐거워요. 오래전부터 공연을 많이 못 해서 요즘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강균성)"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콘서트를 하신다면서요?

"서울 공연이 매진돼 하게 됐어요. '우리 음악을 기다려주시는 분이 많구나!' 싶고, 행복해요.(이상곤)"

-가수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상곤이형과 우성이형은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어 해요. 성호는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어 하고 요.(강균성)"

-다른 장르의 음악에 도전 할 생각은 없나요?

"밝은 곡 빠른 곡 다 해보고 싶었지만 이번 앨범은 '그리움'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까 욕심을 많이 버렸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모두)"

노을은 더 이상의 공백 없이 오랫동안 팬들의 곁에서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음악과 함께 팬들의 웃음과 재미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노을빛에 물들 듯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음악을 통해 교감하며 삶을 노래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틈 없이 왕성하게 활동할 테니 곁에서 꼭 지켜봐주세요.(모두)"

사진제공|IMT엔터테인먼트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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