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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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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많기로 유명한 미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OECD 조사에서는 가장 비싼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소비자원 발표에서는 가장 저렴하다고 발표되었으니 통신요금의 국제비교가 조사방법에 따라 아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훈을 준 셈이다. 논쟁의 원인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모순되는 국제비교의 결과를 바탕으로 요금인하의 당위성 논란이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은 소모적인 논쟁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힘이 균형을 이뤄 결정된다. 물론 시장구조에 따라 어느 힘이 더 강할 수 있고 한쪽에 유리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시장의 구조가 과점 구조이고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므로 요금에 대한 인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단순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이동통신시장에 정말 초과이윤이 존재하는지, 초과이윤이 존재한다면 초과이윤이 네트워크 고도화와 관리를 위해 재투자되는지, 초과이윤이 막대한 투자의 리스크에 대한 보상에서 오는지, 과점구조에서 경쟁이 제약되는지 근본적으로 요금수준이 정말 높은지를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서 이런 기본적인 객관적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논의되는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인하) 움직임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통신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그대로 두면 자연독점의 우려가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요금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근거와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국내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국민의 궁금증과 불신이 크다면 정부가 중심이 되거나 아니면 제3의 중립기관에서 통신요금의 가격 수준에 대해 객관적인 제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의 방통위라 할 수 있는 총무성은 매년 도쿄 뉴욕 런던 파리 서울 등 7개 도시의 통신요금을 ‘도쿄모델’을 통해 비교하고 정책 지표로 활용한다. 일본도 한국처럼 OECD 통신요금 발표가 날 때마다 국가적 낭비의 수순을 반복하는지 한번 살펴볼 일이지만, 내년 이맘때에도 국내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이런 논쟁을 또 해야 한다면 지금이라도 정부 또는 중립기관이 나서서 한국 소비자의 실정과 트렌드를 반영한 ‘서울지수'를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명 ‘서울지수’의 등장은 이동통신 기업이 여러 국제비교에 대해 이런 저런 해명을 다는 데도 일침을 가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의 통신서비스의 수준과 투자규모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통화품질이 형편없는 나라와 통화성공률이 100%에 가까운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단순비교 돼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요금을 내려서 싫어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매년 이런 논쟁이 있을 때마다 요금을 인하하고, 고객이 원하는 통신기기까지 제공할 수 있는 통신사업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요금 결정의 메커니즘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국민이 신뢰하도록 통신요금의 객관적인 측정기준을 찾는 데 묘수를 마련해야 한다.
김원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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