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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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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담고 있는 인간의 머리는 출생 이후 4배의 크기로 자란다. 신생아의 머리는 5세까지 성인의 90%만큼 커지고 10세쯤에 거의 완성된다. 성인 뇌의 무게는 1.2∼1.5㎏ 정도로 대략 체중의 2%에 해당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뇌는 3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계는 힘의 계 또는 에너지 계로서 욕구 동기 의식을 지배하는 작용을 한다. 제2계는 촉각 청각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여 분석하고 기호를 부여하여 기억으로 저장하는 입력계다. 제3계는 행위를 계획하며 그 의도와 결과를 비교, 판단하는 계획과 출력의 계다.
▷기억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모든 행위는 뇌를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뇌가 손상되면 기억을 상실하거나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모르게 된다. 아예 몸의 일부나 전체를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기도 한다. 뇌의 기억능력도 놀랍지만 망각기능도 신비롭기만 하다. 마음의 아픈 상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은 세월이 가면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기억뿐 아니라 이러한 망각도 축복이다. 모든 게 잊혀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은 뇌의 발달을 촉진하려는 것인데, 뇌는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기관이므로 섣불리 영향을 미치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기억의 일부를 인위적으로 잊으려는 시도는 곤란하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망년회’라는 이름의 모임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망(忘)은 ‘마음을 잃는다’는 글자이니 기억을 잊는다는 뜻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어려웠던 기억을 지워버리고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잊기 위해 과도한 음주나 흡연 등 억지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강제로 뇌 세포를 마비시키다 보면 아예 뇌 전체를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음과 흡연은 뇌중풍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망각은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으로 남겨 두고, 무리하지 않게 뇌를 활성화하는 노력만 할 일이다.
배규한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aek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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