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北 숨돌릴 틈을" 美설득 추진

  • 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6분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 앞서 8일 열린 한일 양국간 협의의 요체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방안의 각론 조율이었다. 양국은 일단 북한에 ‘잠시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제네바 합의의 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미국. 우리 대표단 관계자들은 일본과의 협의보다도 9일 열리는 미국과의 양자협의 및 한미일 3자협의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이었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한일간에 제네바 합의 유지의 필요성을 협의했지만 미국과 협의를 마치기 전에는 핵문제 해법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표단의 다른 관계자는 “한일간 협의내용에 대해 얘기할 경우 (내일 회의에) 역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경한 대북인식을 고려할 때 한일 양국이 먼저 ‘제네바 합의 유지’를 들이대면 마치 미국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그렇게 되면 3자 협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제네바 합의 지속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회의라는 점에서 정부 대표단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워싱턴의 동향을 체크했다. 더글러스 파이스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8일 서울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국제 합의를 깨고도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듯이 미국측이 이번 TCOG회의에서 예상외의 강경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다.

정부 당국자는 “파이스 차관의 언급은 미국의 정리된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일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지만,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과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미 행정부 관계자들의 강경발언이 우리 대표단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일 협의를 통해 제네바 합의의 틀을 유지할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선(先) 핵폐기’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며,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현재의 대북지원 방식에 일정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만 11월분 중유 4만2500t을 싣고 북한으로 향하고 있는 배를 회항시킬 경우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국측에 진지하게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에 즉각 착수할 ‘빌미’는 주지 말자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도쿄〓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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