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월드컵 뒷마무리 환경미화원 숨은 땀 있었다

  • 입력 2002년 6월 26일 18시 29분


25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 - 신석교기자
25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 - 신석교기자
이번 월드컵대회 기간 중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펼쳐져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거리응원전.

수많은 인파가 몰린 이 거리 응원전이 끝나면 환경미화원들은 응원 과정에서 배출된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을 묵묵히 치우며 다음 거리응원전의 성공을 준비해온 ‘숨은 공로자’였다.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4강전이 끝난 25일 오후 11시경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200여명은 금창렬(琴昌烈·54) 청소행정과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쓰레기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대부분의 응원단이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가를 부르며 한국팀의 선전을 자축했지만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환경미화원들은 ‘거리축제’의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빗자루를 들었다.

환경미화원들의 손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응원단이 광장에서 빠져나간 이후 최대한 빨리 차량 통행을 재개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를 돕기 위해서였다.

25일에는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패해 응원단이 종전보다 조금 일찍 떠나는 바람에 다른 때보다 1∼2시간 정도 이른 26일 오전 2시경에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시청 앞 광장에서 5차례 열린 거리응원전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치운 쓰레기 양은 총 343t으로 거리응원전이 한 번 열릴 때마다 평균 70t의 쓰레기를 정리한 셈이다. 하루에 중구 전체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260t)의 약 30%에 해당하는 양을 단 3∼5시간 만에 정리한 것이다.

또 투입된 환경미화원은 연인원 1134명이고 동원된 청소차는 총 95대였다.

올해로 환경미화원 경력 22년째인 김용환(金龍煥·48)씨는 “전 시민이 하나가 된 월드컵 축제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팀의 경기가 야간에 열리는 날은 환경미화원들은 잠을 전혀 자지 못했다. 시청 앞 광장 쓰레기 청소작업이 오전 3, 4시가 돼야 마무리돼 평소 오전 4시가 되면 도로변에서 청소를 시작해야 하는 이들로선 잠을 잘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 박정출(朴正出·43)씨는 “시청 앞 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이 있는 날엔 밤잠을 제대로 못 자기는 하나 한국팀이 승리해 응원단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이 절로 가셨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거리응원단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력 12년의 김두일(金斗一·54)씨는 “경기가 끝나면 누구 하나 시키지도 않는데 응원단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모아주었다”며 “응원단들이 종이꽃가루 같은 작은 쓰레기도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많다”고 밝혔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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