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끝나자 '빚갚기 인사' 인가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위로는 대통령에서 아래로는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장(長)까지 공직 인사(人事)의 기본은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인사의 내용과 절차가 공명정대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난 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인사 움직임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달 말에 퇴임하는 임창열(林昌烈) 경기도지사는 엊그제 국장급을 포함해 도 공무원 19명에 대한 대규모 승진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특히 개방형 임용직에 해당하는 여성정책국장(지방별정 3급)에는 과거 이 자리에 앉혔다가 경기도 제2청사 여성국장으로 내보냈던 정치인 출신 인물을 다시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퇴임 전 ‘선심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행정자치부는 “퇴임하는 단체장의 잔여임기 중 인사를 두고 당선자와 마찰이 없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당선자도 선거 후 임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인사관련 얘기를 듣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도 임 지사가 이 같은 인사를 한 것은 후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후임자가 펼칠 도정(道政)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그렇지 않아도 6·13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이 다수 물갈이되면서 공무원사회가 곧 다가올 인사 태풍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 때 일부 공무원의 줄서기 행태가 이 같은 대규모 인사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지방행정조직을 크게 흔든다면 공무원의 줄서기가 더욱 극성을 부리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신임 지자체장들은 인사에 있어 공정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집무를 시작해야 한다. 업무능력과 청렴성 등 보편 타당한 기준에 맞지 않는 정실인사 및 보복인사, 지역정서에 치우친 인사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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