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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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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준혁.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던 그가 아닌가. 팀은 물론 대구상고 선배인 장효조에 이어 통산 4번째로 타격왕에 올랐고 올해 그 누구도 엄두조차 내지 못할 10년 연속 3할타율에 도전하는 양준혁의 슬럼프가 장기화되고 있다.
워낙에 슬로우 스타터인 양준혁은 4월까지만 해도 3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타율로 평소보다 페이스가 좋은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5월들자 타율이 치솟기는 커녕 오히려 끝모를 벼랑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게 아닌가.
이젠 경기 후반에 왼손투수가 나오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하위타순에 배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4일 현재 타율은 타격 30걸의 맨 끄트머리인 0.254에 7홈런 27타점. 웬만한 선수면 이 정도 성적에 고개를 숙일 정도는 아니지만 ‘천하의 양준혁’으로선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롯데 박정태. 불의의 부상으로 93년부터 95년까지 거의 3시즌을 쉬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 96년 다시 3할타율에 오른 ‘악바리’가 아닌가.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그에게도 짐이 됐던 모양이다. 시즌초 트레이드설에 휘말리더니 벤치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아질 정도가 됐다. 타율 0.210에 2홈런 11타점.
자신이 빠짐으로써 더 나은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도 저도 아니니 팀의 꼴찌 추락이 모두 자신의 탓인양 느껴져 고개를 못들 정도가 됐다.
SK 김기태. 92년 왼손 최초의 홈런왕에 오르며 한국 최고의 왼손 파워히터로 불렸지만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되고난 뒤 갑자기 무대 뒤로 사라졌다. 타격의 교과서로 불리는 유연한 타격폼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올해는 잦은 부상으로 27경기에 나가 타율 0.163에 3홈런 13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