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선거도 월드컵처럼

  • 입력 2002년 6월 5일 18시 52분


월드컵축구대회 한국과 폴란드전에서 우리 팀이 일구어낸 값진 승리는 축구가 아닌 다른 부문, 특히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선수단이 보여준 투혼과 팀워크, 정정당당한 승부는 지금 한창 지방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전국 곳곳의 선거현장은 지금 상대당 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가득하다. 입에 담지 못할 막말, 흑색선전,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축구대표팀처럼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겠다는 페어플레이 정신은 간곳없고 저마다 뒤에서 반칙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중앙당은 은근히 정쟁을 지피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나서서 각 정당에 비방자제를 요청하고 단속에 들어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당 저당 눈치를 살피는 솜방망이 단속에서 벗어나 탈법 불법사실이 적발되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축구경기에서는 반칙을 하면 어김없이 휘슬이 울리고 심할 경우 퇴장까지 당하지 않는가.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은 오랫동안 피와 땀으로 기량을 닦아온 실력 있는 인재들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전에 뛰어든 인사들 중에는 지방행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세금을 한 푼도 안낸 사람도 적지 않고 사기 횡령 폭력 절도 등 전과를 가진 사람도 많다. 능력이 의문시되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 국민은 정치에서 희망 대신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판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유권자인 국민이 불법을 감시하고 자격미달자를 골라내는 일에 소홀하다면 이는 심판도 없고 응원도 없는 축구경기가 된다. 국민이 무관심하면 우리의 지방선거는 그 후진성을 유산처럼 악순환시킬 뿐이다.

월드컵과 같은 화합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살아날 때 선거인들 왜 국민적 축제가 될 수 없겠는가. 정당이나 후보자는 무엇보다 먼저 몸에 밴 ‘반칙의 습관’부터 버리고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며 유권자는 심판의 역할을 단단히 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월드컵이 정치권에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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