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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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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불렀어예 노래를 부르다가 비가 그치면 선실로 돌아가려 했는데 비는 하염없이 내 얼굴을 적셨어예 오열이 터져나오고 노래소리가 끊겼어예 나는 내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봤어예 아버지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누구도 범하지 못했어예 엄마! 엄마가 불러준 이름에는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했어예 열네 살 숫처녀의 이름이라예 나는 내 이름을 껴안았어 빗발이 점점 세지대예 나는 바다로 몸을 던졌어예
말을 끝낸 무당은 빨간 치마를 뒤집어쓴 채 빙글빙글 돌다가 쓰러지고 만다.
두 무당이 후다닥 달려와 치마를 벗기고 안아 올리지만, 무당은 축 늘어진 채이다.
무당1 너가 밀양에 오기 전날 밤, 언니는 꿈을 꿨다. 높은 나무 위에서 비를 맞는 꿈. 이 굿을 하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몽달 귀신이 몰려온다고, 굿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신의 계시였어. 그래도 언니는, 설사 내 몸에 불길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 굿은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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