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화가 이목일 월드컵 성공 기원 호랑이수묵화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50분


이목일씨가 7500점의 작품이 빽빽이 쌓인 작업실에서 힘찬 붓놀림으로 단번에 한국 호랑이를 그려내고 있다.
이목일씨가 7500점의 작품이 빽빽이 쌓인 작업실에서 힘찬 붓놀림으로 단번에 한국 호랑이를 그려내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야산. 키 큰 참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호랑이라도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산 중턱에서 1년째 한국 호랑이만 그려온 남자가 있다.

중견 화가인 거정(巨鼎) 이목일씨(52·www.leemokil.com). 그 역시 눈빛과 얼굴 생김이 영락없는 호랑이상이다.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그려낸 호랑이 그림만 7500점. 월드컵이 열리는 5월말경이면 목표인 1만점을 완성할 수 있다.

이씨는 월드컵 개막때 상암동 월드컵 구장 외곽에서 호랑이 그림 1만점을 전시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남북 7000만 겨레와 38선을 의미하는 70×3.8m 화폭에 백두산을 배경으로 호랑이를 배치, 남북이 하나되는 그림을 직접 그려 보이는 대규모 퍼포먼스도 열 계획이다.9월부터는 프랑스 중국 백두산 미국 등 각 대륙 주요국을 돌며 같은 형식의 전시회와 퍼포먼스를 가질 예정. 이씨는 또 삼일절인 1일 각계 11명으로 구성된 ‘한국 호랑이 지킴이회’를 출범시켰다.

‘생명을 그리는 작가’로 자연을 소재로 한 유화와 아크릴화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지난해 호랑이 수묵화라는 생소한 세계에 뛰어든 것은 2002월드컵축구대회 때문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의 호랑이 형상에서부터 조선시대 민화에 이르기까지 호랑이 그림은 우리 민족의 의지와 혼이 투영된 상징이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만큼 호랑이 그림을 통해 민족의 기상을 펼쳐보이고 싶었다”는게 그의 변신 이유다.

이씨 자신도 축구와는 깊은 인연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뛴데다 아내와도 축구장 데이트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이씨가 그리는 호랑이는 민화에 등장하는 익살맞은 호랑이부터 당장이라도 화선지 밖으로 뛰쳐나올것만 같은 매서운 눈빛의 호랑이까지 생김새와 표정이 천차만별이다.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도 호랑이가 먹이를 낚아채듯 영감이 차오를때 단숨에 일필휘지로 자신의 몸속에서 포효하는 호랑이를 뱉어낸다.

이씨의 작업실 벽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지배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씨의 호랑이들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1만점 백색 화선지 안에서 웅장한 포효를 준비하고 있다.

고양〓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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