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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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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鄭周永) 창업주가 타계(3월)했고 정몽구(鄭夢九·MK) 현대자동차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분가 경영’을 한 첫 해였다.
지난해 ‘왕자의 난’때 동생인 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수모를 겪었던 MK는 주력기업인 자동차의 호황 등에 힘입어 현대의 적통(嫡統)을 잇는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현대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를 눈앞에 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鄭夢準·MJ) 현대중공업 고문은 내년 월드컵 준비등으로 바쁜 한해를 보내면서 개인적 이미지를 높였다는 평이다.
한때 정주영 창업주의 후계자 자리를 굳혔던 MH는 관련계열사의 고전 등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내면서 재기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MK의 전화위복〓MK에게 올해는 썩 좋지많은 못했던 과거의 일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긍정적 이미지의 최고경영자(CEO)로 바꾸는데 성공한 한 해였다. 그만큼 현대차의 올해 경영실적은 좋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합작법인을 출범시켜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끌었고 곧 바로 해태타이거스 야구단을 인수했다.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금융 부문에 진출하는 꿈도 이뤘다.현대차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거뒀고 계열분리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23개의 재계 4위에 안착했다.
현대차의 약진으로 MK의 개인재산도 크게 불었다.
그가 가진 주식의 시가총액은 총 4,191억원(11월말 기준)으로 올들어 2,376억원이 늘어났다.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8,965억원)에 이어 2위이며 MH의 23배나 된다.
다만 지나친 확대경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이 MK의 진정한 경영능력을 시험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계열분리 앞둔 MJ〓기업경영보다 월드컵등 외부활동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MJ에게도 올해는 꽤 유쾌한 한 해였다.
현대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등 고민은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의 실적이 괜찮았고 월드컵준비와 MK-MH 갈등중재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높였다.
MJ는 현대중공업(자산 9조 9000억원)과 미포조선(자산 1조)을 내년초에 현대계열에서 분리해 MK에 이어 분가경영에 나설 계획.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지분 11%)인 그는 월드컵 준비와 정치활동으로 현대중공업 공업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인 최길선(崔吉善) 민계식(閔季植) 공동대표에게 맡기고 있다.
MH지원에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MJ는 최근 “자빠진 사람이 넘어진 사람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가(家)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형제가 잘돼야 모두 산다는 뜻으로 들린다.
▽MH의 절치부심〓잇따른 계열분리로 자산이 줄어들고 있는 MH의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까지 떨어져나가면 재계 서열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운명이다. 게다가 올해 경영실적도 최악이었다.
MH는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을 축(軸)으로 재기를 시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독립경영으로 눈길을 끌었던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의 돌연한 퇴진으로 MH측이 구설수에 오르는등 시장의 차가운 평가에 직면했다.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금강산 관광사업도 자금난과 남북관계 냉각으로 존폐기로에 있다.
MH의 한 측근은 “올해는 정몽헌 회장에게 안 좋은 일만 겹쳤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MH의 1차 목표”라고 전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