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10%하락땐 19억달러 손해…한국 수출전선 '엔低 공포'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11분


끝없는 추락
끝없는 추락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엔-달러 환율보다는 원-엔 환율이다.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이 더 많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결정된다.

엔화가치 하락은 특히 자동차 조선 전자 철강 등 한국의 수출주력 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므로 정부도 환율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엔-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보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 느리다는 것. 26일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시초가 기준으로 100엔당 1000원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말 100엔당 1101.52원에서 9.1%나 떨어진 것.

엔화가치가 떨어진 만큼 원화가치가 떨어진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엔화약세를 용인하고 있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입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 김용덕 차관보는 26일 일본 재무성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엔화약세에 대한 한국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김 차관보는 “일본의 경제상황을 놓고 볼 때 최근의 엔화약세가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주변국들과 함께 엔화 약세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미은행 유현정 딜러는 “엔화 추가약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본보다는 한국의 경제전망이 더 좋아 엔화약세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무역업계는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역협회 신승관 조사역은 “원-달러 환율은 움직이지 않고 엔화가치가 10% 떨어질 때 우리나라의 수출은 27억달러 감소하지만 수입은 8억달러밖에 줄어들지 않아 19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엔화약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빚이 많은 종합상사 해운 정유 항공업체 등은 엄청난 환차손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의 고민도 가중되고 있다.

<홍찬선·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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