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이버츠 ‘백색 공포’ 뜬다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7시 33분


‘이번이 마지막이길….’ 이버츠가 그동안 입어온 유니폼만 4번째.
‘이번이 마지막이길….’ 이버츠가 그동안 입어온 유니폼만 4번째.
국내 프로농구 유일의 백인 용병 에릭 이버츠(27·코리아텐더)는 그날 일을 떠올리면 또다시 가슴이 뛴다. 1주일 전 이버츠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 미국에서 건너온 아내 미셸과 인천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아내의 휴가가 끝나면서 모처럼 맞은 달콤한 시간을 접게 된 그는 숙소에 돌아와 충격적인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경기가 있어 곧바로 가방을 싼 뒤 씁쓸하게 숙소를 떠났다. 완전히 떼어버린 것 같았던 ‘비운의 꼬리표’가 다시 강렬하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버츠는 새로운 둥지가 된 코리아텐더와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이버츠는 프로 원년인 97시즌 코리아텐더의 전신인 나산에서 득점 2위에 올랐고 99∼2000시즌에는 역시 같은 팀인 골드뱅크에 1순위로 뽑혀 득점왕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거듭되는 불운을 곱씹어야 했다. 구단의 담합으로 한국행 진출이 무산되기도 했으며 교통사고와 재계약 실패 등에 시달린 것.

한국에서 뛰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이버츠는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면서도 줄기차게 한국 무대를 두드렸고 지난해 LG에서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며 재계약에도 성공,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 또다시 정들었던 팀에서 방출되는 설움을 맛봤다.

그러나 이버츠는 새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선 13일 원주 삼보전에서 이적 후유증도 잊은 채 32점, 17리바운드로 펄펄 날며 5연패에 빠졌던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적 후 2승 1패.

19일 현재 이버츠는 평균 25.75점(3위) 11.25리바운드(11위) 3점슛 성공 2.05개(공동5위) 야투성공률 56.7%(6위) 등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코리아텐더의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서운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프로는 어느 팀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옛 동료들과 다시 만나 즐겁고 팀 분위기도 좋다.” 은퇴 후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이버츠는 부평초 인생 속에서 남다른 삶의 방식이라도 터득한 듯하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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