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모리스 칙스의 선택 (1)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7시 45분


‘포틀랜드’라는 이름과 ‘화려함’이란 단어는 꽤 친숙해 보인다. 만일 당신이 그들의 검소해보이는 흑-적-백색의 유니폼과 ‘오레곤’이란 작고 조용한 도시 때문에 화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틀린 생각이다. 구단주인 폴 앨런-얼마 전에 외계 문명을 찾는데 사용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 건설에 1150만 달러를 기부한 사나이.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공동 창업한 경제인이며, 현재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잘 사는 부자임-은 소개 할 필요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며, 이 팀의 감독은 필라델피아의 전설적인 PG였던 모리스 칙스. 또 이 팀의 선수 명단 중 1,000만 달러의 사나이들만 무려 5명이란 사실(피펜, 월러스, 스터드마이어, 캠프, 데이비스)과 19년 연속 PO 진출(리그 최고 기록), 12년 연속 5할 이상의 승률이란 팀 성적을 접하고 나면, 이 팀이 유니폼 색깔과는 달리 꽤 화려한 팀이란 걸 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런 포틀랜드 ‘슈퍼스타즈’가 최근에 올린 성적들을 살펴 보면 그야말로 초라함을 느낄 뿐이다. 해서 프런트는 그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마이크 던레비 전 감독을 해임했고, 그 후임으로 필라델피아에서 명성을 날렸던 스타인 모리스 칙스와 계약하게 된다. 그리고 올 해 새내기 감독인 칙스의 지도 아래 ‘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출발하게 된다.

그럼 여기서 모리스 칙스 감독에 대해서 알아보자. 1956년 생인 칙스는 필라델피아에서 PG로서 11년간(프로 통산 15년)간 뛰었으며, 통산 평균 기록은 11.1득점, 6.7어시스트, 1.2리바운드, 2.09 스틸을 기록했고, 특히 필라델피아에서 기록한 6,212개의 어시스트와 1,942개의 스틸은 팀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다. 또 1983년부터 1986년까지 4번 NBA 올 디펜시브 퍼스트 팀(그 해 리그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 5명), 1987년에 NBA 올 디펜시브 세컨드 팀(퍼스트 팀을 제외하고, 다음으로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에 선정된 수비의 달인으로도 유명한, 전통적이며 고전적인 포인트 가드의 전형-수비 열심히 하고, 슛보다 패스를 먼저 생각하는 비 이기적인 포인트 가드-으로 꼽히는 명 선수였다. 감독 취임 전엔 1995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필라델피아의 어시스턴트 코치로서 일해왔다.

다시 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블레이저스(앞으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그냥 블레이저스라고만 하겠다.)가 좋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이 좋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 LA레이커스 : 역시 같은 지구에 이런 강 팀이 있으면 성적 내기가 힘들어진다.

- 포지션의 중복 문제 : 올 시즌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 팀 케미스트리의 붕괴 : 감독과 선수간의 불화, 선수간의 불화. 지나친 스타의식

- 팀 리더 부재 : 스카티 피펜에게 이 역할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 주축 선수들의 부상 : 부상 앞에 장사 없다.

위의 문제들 때문에 블레이저스는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다시 말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신임’ 모리스 칙스 감독도 전임 감독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신(新)감독은 어떤 방법을 쓰기 시작했을까? 포틀랜드 선수들의 말을 빌리자면 칙스 감독은 절대 격렬하게 화를 내거나, 급격한 표정 변화를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저 성격 좋은 순한 양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모리스 칙스 감독이 연습 시간이 9시라고 말했다면, 연습 시간은 9시 1분도 아니고, 8시 59분도 아닌 정확하게 9시에 시작된다는 말을 포틀랜드 전담 기자들이 할 정도인 걸 보면, 부드럽지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과감한 감독임이 틀림없다. 이런 칙스 감독이 팀에 와서 한 일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한다. 마치 선배가 후배를 대하는 것처럼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했고, 이 점은 카리스마가 강했던 전임 던레비 감독과는 많이 다른 점이었다. 특히 이 팀에 라쉬드 월러스, 본지 웰스, 루벤 패터슨, 숀 켐프, 스카티 피펜 등 이른바 ‘사고뭉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칙스의 이런 접근은 블레이저스의 팀 컬러(원하든 원치않든)에 적합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팀 전술도 수비 위주의 지키는 농구가 아닌 공격 위주의 ‘업 템포 스타일'-수비보다는 공격 위주로 플레이를 많이 하는 굉장히 공수 전환이 빠른 농구-로 교체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전술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업 템포 스타일’은 일반 전술에 비해 공격수들의 공격 참여 기회가 좀 더 증가하게 되고, 선수들 본인이 좀 더 팀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주는 긍적적인 효과가 있는데, 이런 전술적 특징이 포틀랜드에 적합하기 때문. 작년까지 포틀랜드에는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고, 이들이 쉽게 화합을 하지 못한 이유도 각자의 생각에 출장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임 던레비 감독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 ‘균등하게’ 출장 시간을 배분했고, 이 점이 팀 전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문제점이 되버렸다. 팀원들에게는 ‘균등한’ 불만을 가지게 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칙스의 이런 빠른 스타일의 농구는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면에서 포틀랜드에 알맞은 전술이 될 수 있을 거다. 전술적인 변화는 또 있었다. 전임 던레비 감독은 약속된 전술에 의해서 공격을 펼치는 ‘모션 오펜스’ 신봉자. 하지만 그의 이런 고지식한 플레이는 너무나 재능이 많았던 블레이저스 선수들에게 지지 받지 못했었다. 결국 모리스 칙스는 올 시즌 프리랜스 오펜스(선수 개개인의 개인기에 의해서 펼치는 공격 방법)를 주로 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공격 전술의 전환이 블레이저스 선수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 템포 스타일, 프리랜스 오펜스, 보다 유연해진 감독

블레이저스의 2001-2002 시즌은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 후 포틀랜드의 행보는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개막전이었던 레이커스와의 라이벌 전에서 완전하게 유린을 당한 블레이저스는 개막이후 4경기동안 1승 3패의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 중 2경기는 약체 골든 스테이트와의 경기였다) 그리고 곧 모리스 칙스 감독은 갈등에 빠지게 된다.

갈등의 원인은 ‘본지 웰스’. 이 196cm의 득점 기계는 지난 시즌 중반이후 팀의 주전 슈팅 가드로서 가장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오프 시즌동안 팀은 데릭 앤더슨이란 ‘검증된’ 슈팅가드를 스퍼스로부터 트레이드 해왔고, 그 덕분에 올 시즌도 웰스는 스타팅 명단엔 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주전이던 데릭 앤더슨이 개막전 레이커스 전에서 부상을 당하자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고, 앤더슨 대신 세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선 웰스는 33점-30점-26점으로 팀 내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신임 모리스 칙스 감독의 고민이 시작된다. 현재 포틀랜드 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데릭 앤더슨과 본지 웰스가 나오는 ‘슈팅 가드’ 포지션. 이 두 선수는 모두 뛰어난 운동 능력과 정교한 외곽 슛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는 돌파 능력, 가드로서 평균 이상의 포스트 업 능력, 넓은 시야 등 슈팅 가드으로서 갖춰야 할 대부분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며, 여기다 수비력 및 정신력(팀을 위해 희생하는)도 팀 내 어떤 선수에게도 떨어지지 않는 팀 내 최고의 선들이다. 하지만 데릭 앤더슨은 이미 다음 경기인 11월 6일 대 유타 전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고, 감독 입장에선 둘 중 하나를 벤치 멤버로 내려야만 했다. 그로선 쉽지 않는 선택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신임’ 모리스 칙스 감독은 해결책을 이끌어 낸다. 승리를 향한 해결책을 말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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