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투자자 "이젠 팔아볼까"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38분



증시의 눈이 ‘외국인이 어디로 튈지’에 쏠려 있다.

시장의 유일한 매수 주체로 거래소 지수를 550 가까이 끌어올린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바꿀 경우 그만큼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거래소 13일, 코스닥에서 20일 연속 1조4300억원을 사들이며 엄청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체력이 한계에 이르러 이번 주에 순매도로 돌아설 것’이라는 일부 전망을 비웃듯 외국인들은 29일에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순매수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

외국계 영업을 주로 하는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외국인 매수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해외 펀드매니저들과 통화해 본 결과 상당수의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연말까지의 펀드수익률을 갖고 펀드매니저를 평가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실물경기나 정보기술(IT) 업종에 강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리나라 주식을 무섭게 사들인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단기성 투기자금인 헤지펀드는 늦어도 다음주 중 자금을 뺄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지분이 최고 수준으로 근접한 상태며 한국관련 펀드들이 지난주부터 순유출세로 돌아서 외국인 매수강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수 강도는 줄겠지만 일부 헤지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외국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탈출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증권 현정환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의 반도체 및 금융주 순매수는 일단락된 것 같다”며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올 상반기 샀다가 하반기 비중을 줄인 전기초자LG전자 현대차 두산 등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과거 선호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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