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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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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사건 하루 전인 16일 이스라엘의 안보가 보장되고 예루살렘이 분할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아있는 것 등을 전제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항의하는 주민의 시위를 무력 진압하던 중 사상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영국의 포린 리포트는 16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점진적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해체하고 군인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었다. 이 방안은 조만간 미국에 전달될 방침이었다.
지비 장관의 피격 사망은 이런 분위기를 한꺼번에 바꿔놓았다. 샤론 총리는 이 소식을 들은 뒤 라디오방송을 통해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유화책을 철회하고 강경 노선으로 복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이번 암살 사건은 전적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지비 장관은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투쟁도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군 장성 출신인 지비 장관은 1948년 이스라엘 군 창설 당시부터 군에 복무해 왔으며 74년 전역 후 정치에 입문한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노선을 고집해 왔다. 그는 88년 고국당을 창당, 99년 민족연합당으로 당명을 바꿨으며 우익 성향의 이츠하크 샤미르 전 총리 시절 무임소 장관을 지낸 뒤 올해 2월 샤론 총리에 의해 관광장관에 임명됐다.
지비 장관은 최근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유화노선을 채택한 데 반발해 15일 아비그도르 리버만 건설장관과 함께 사임을 발표했으며 17일 사퇴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 강경 세력의 연정 탈퇴가 가속화하면서 어렵게 조성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해빙 무드를 해치고 강경파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대테러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이 아랍 및 이슬람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스라엘이 싫든 좋든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서 발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