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누리-박찬벼리 형제 가장 아름다운 한글이름 으뜸상

  • 입력 2001년 10월 8일 19시 32분


“저희들 이름이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친구들은 놀리기 일쑤였는데….”

한글학회가 올해 실시한 ‘아홉째 온 겨레 한말글 이름 큰 잔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선정돼 555돌 한글날인 9일 으뜸기림상(1등상·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는 대전 샘머리초등학교‘박찬누리’(12·6학년)‘박찬벼리’(9·3학년)형제. 박찬누리는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사람’, 박찬벼리는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지도자’라는 뜻. 여기서 ‘박’은 ‘밝다’, ‘찬’은 ‘가득하다’, ‘누리’는 ‘세상’,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로 ‘중심’ 또는 ‘지도자’를 이른다.

이들 형제는 수상 소식에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까지 유치원과 학교 학원 등에 다니며 늘 “이름이 어떻게 넉 자냐”는 등의 친구들 놀림에 시달려 왔기 때문. 두 형제는 한때 이름을 바꿔주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며 버텼고 벼리군은 원형탈모증까지 생기기도 했다.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 박봉주(朴奉柱·대전시교육위원회 6급 공무원)씨는 “이번에 한글 이름 큰 잔치에 응모한 것도 아이들에게 한글 이름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글 이름도 ‘한아름’ 등처럼 성(姓)에 한 단어를 이름으로 끌어다 붙이기(취명) 보다는 뜻을 생각해 지을(작명) 경우 의미도 지니고 형태도 다양하며 부르기에도 아름다운 이름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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