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삼애실업은 지난해 10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산업은행이 900만달러를 전액 인수하기로 한 사전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삼애실업이 지난해 10월중 해외CB 900만달러를 노무라증권 홍콩지점과 니탄에이피 싱가포르 지점에 각각 매각한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산업은행이 1주일 뒤인 11월 2∼15일 전액 재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애실업은 마치 기업이 국제적인 공신력을 얻은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주간사회사와 짜고 이 같은 방법을 쓴 것. 즉 ‘검은머리 외국인’을 동원한 투자유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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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전액 인수하기로 함에 따라 해외투자자들이 쉽게 계좌명의를 빌려주는 것에 동의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도 가담 당시 편법발행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CB는 곧 이용호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되사갔고 이씨는 보물선 등의 재료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엄청난 차익을 올렸다. 이 CB 중 일부는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이 거래는 통상적인 유가증권 시장에서 매매이익을 얻기 위한 상업적인 판단 아래 이뤄진 정상적인 거래”라며 “삼애실업의 주가가 폭등하기 훨씬 이전에 사들였다가 판 것으로 의혹을 받을 만한 외압이나 로비에 의한 거래는 아니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