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부'에 부양의무 추진…복지부 "법적근거마련 검토"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52분


보건복지부는 미혼모와 그 아동에 대한 ‘미혼부’의 부양 의무를 법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김원길(金元吉) 복지부장관은 30일 미혼모 문제와 관련해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 시설 등에 수용돼 고통받는 여성이 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원인 제공자인 미혼부의 부양비 부담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미혼모에만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부각되고 경제적 책임까지 모두 지게 돼 버려지는 아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혼부의 부양 의무 문제는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국 8개 관련 시설에 1273명의 미혼모가 수용돼 있으며 이중 20세 이하가 846명(66.4%)이다. 그러나 전체 미혼모 수는 여건상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혼부의 책임에 대한 첫 문제 제기”라면서 “선언적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법적 금전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서 미혼부의 부양 의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지, 미혼부가 부양 능력이 없을 경우 그 부모가 책임지도록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법체계상 호적에 오른 가족에 대해서만 부양 의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혼부의 부양 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려면 대폭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미혼부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법으로 정하더라도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혼전 성관계로 임신하면 남자가 ‘나 몰라라’며 무책임하게 떠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미혼부의 부양비 부담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환영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전국 550여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일부의 운영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전면 실태 조사를 거쳐 개선책을 마련토록 했다”고 밝혔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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