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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4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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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건어물, 튀김집, 또….”
“아니야, 그런 건 대형마트에도 다 있어. ‘파리’야.”
“??!!….” (‘공사삼일’이 펴낸 소책자 ‘재래시장’ 중에서)
충북 청주의 신진 설치작가 4명으로 구성된 ‘공사삼일(空思三日)’이 문화 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제대로 알기 운동’에 나서 화제다.
주차타워 건립, 화장실 현대화, 정찰제 도입 등 천편일률로 진행되는 자치단체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에 인식 변화를 주려는 의도도 있다.
‘재래시장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이 작업은 작품전시와 소책자 발행 등 두 갈래.
청주시 사직동 ‘갤러리 신’에서 10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공사삼일 회원과 객원작가인 중학생 건축사 방송기자 컴퓨터디자이너 등 8명이 작품 1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의 부산한 모습과 재래시장의 한가로운 모습을 대비시킨 동영상, 재래시장의 끈질긴 생명력을 나타내 주는 선인장 형상 등이 눈길을 끈다.
중학교 1학년인 박꿈양(14)은 조잡한 물건과 번듯한 상품 사이에 뻥튀기를 줄줄이 매단 ‘꾸미의 이야기’를 통해 대형 마트의 상품이 재래시장의 물품을 잘 포장했을 뿐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언론사에는 보도자료용으로, 일반 기관단체에는 재래시장 인식제고용으로 펴낸 64쪽짜리 소책자 ‘재래시장’에는 재래시장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설문조사와 담론, 사진 등이 실려있다.
작가들은 전시회와 소책자 제작을 위해 지난 3월 첫 모임을 가진 뒤 수십여차례씩 청주지역 12개 재래시장을 찾아다녔고 토론을 벌였다.
“재래시장의 본질은 ‘정(情)’과 ‘단골관계’와 ‘덤’이예요. 대형마트도 자주 찾는 고객에게는 사은품을 주지만 이는 얼굴을 알아보는 단골관계, 이윤의 대가가 아니라 정다움의 표시로 한줌 더 주는 덤과는 달라요.”
공사삼일은 이같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의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청주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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