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9∼11일 중국 상하이(上海)의 ‘상하이사회과학아카데미’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반도 문제 토론회에 한국 중국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해 이런 의문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이 토론회는 미국 한국경제연구소와 대서양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주제는 ‘남북한 화해, 경제 협력 및 주요 강대국들의 역할’.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평화 유지’와 ‘남북 통일의 지지’라는 일반적인 목표에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북한에 대한 인식’과 ‘대북정책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보였다.
▽북한에 대한 인식의 차이〓북한에 의한 위협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컸다. 중국측 참석자들은 북한의 군사 태세가 기본적으로 방어적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 중국측 참석자는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참석자들은 지역 안보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 같은 위협 요소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북한은 어느 방향으로 갈까〓참석자들은 북한이 새 경제정책을 채택하고 세계를 향해 문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측 참석자들은 북한이 경제 개혁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의 위신톈(兪新天) 소장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은 개혁 개방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선 참석자들간에 의견이 갈렸다. 일부 중국측 참석자들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부 참석자들은 북한이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길을 따르거나 독자적인 제3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중국측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아시아 정책 방향과 냉전시대적 사고방식으로의 회귀 기류를 우려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의 샤리핑(夏立平) 교수는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한 만큼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 개선을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한국경제연구소의 조지프 윈더 소장은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제네바합의, 한국 및 일본과의 정기적인 협의, 남한의 대북정책 및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약간의 현실주의 가미가 결국은 이 같은 대북정책을 한층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중국측 참석자들은 미국이 실기(失機)하기 전에 북한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강대국간의 각축이 미칠 영향〓일부 미국측 참석자와 대다수의 중국측 참석자들은 미중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남북한 화해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4자회담에서 보듯 미중 관계가 좋을 때 남북한 관계도 보다 조화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한중국대사를 지낸 저우젠밍(周建明)은 91년 남북한기본합의가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의 상황일 때 나왔다며 남북한은 강대국 관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한간의 경제협력 강화〓모든 참석자는 남북간의 경제적 협력을 대북정책의 초석으로 간주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세계은행의 브래들리 밥슨 북한담당고문은 모든 대북 프로젝트가 강한 경제적 근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대북투자에 무조건적인 관심이 있지만 외국 투자자와 국제개발기구 등은 손익계산과 투자 효과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몇 중국측 참석자들은 나진 선봉 특별경제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밥슨 고문은 이를 ‘의도는 좋으나 실패한 계획’이라고 표현했다.
▽지역안보 협력의 강화〓몇몇 참석자들은 동북아에서의 안보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중국측 참석자는 남북한간의 평화협정이 이 지역의 안보협력을 위한 제도적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분야의 개선은 또한 남북한간의 경제적 유대를 보다 촉진시킬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정리〓피터 벡·미국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실장·동아일보 해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