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남승룡옹 빈소 찾은 서윤복씨 "후배사랑 각별하셨지"

  • 입력 2001년 2월 21일 23시 32분


“그분이 내 옆에서 뛰며 끌어주지 않았다면 결코 우승할 수 없었어. 그분의 보이지 않는 후배 사랑은 끝이 없었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방공사 강남병원에 안치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고 남승룡옹의 빈소를 찾은 47년 보스턴마라톤 우승자 서윤복씨(78·사진)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었다.

‘외곬 인생’으로 생을 마감한 스승의 애틋한 사랑이 가슴 깊이 밀려왔던 것.

“보스턴마라톤 당시 나는 겨우 국내대회만 두 번 뛴 애송이였지. 다른 나라 선수들은 나보다 10∼20분이나 빨리 뛰었어. 그래서 겁이 덜컥 나더라고. 고민 많이 하다가 베를린올림픽으로 세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남 선생님에게 부탁을 했어. 같이 뛰면서 지도 좀 해달라고.”

당시 훈련 때면 선수들과 같이 뛰어 결코 뒤지지 않았던 남옹은 그때 선수가 아니라 코치로 따라간데다 나이도 서른 다섯살이나 돼 처음엔 주저했지만 지극한 후배 사랑으로 “네가 기권하지 않고 뛴다고 약속하면 내가 뛰어주마”라고 다짐을 받은 뒤 레이스에 참가했다는 것.

“10㎞ 정도를 뛰었을 때야. 내가 외국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치며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선생님께서 ‘이젠 됐다. 그대로 밀고 나가면 우승하겠다’라고 하셨지.”

서윤복씨는 당시 자신 있는 레이스를 펼쳐 월계관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스승인 남옹의 격려 덕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대쪽같았지만 후배 사랑은 각별했어. 당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에겐 모든 것을 다 거셨지. 그와 같은 분은 다신 없을 거야.”

한편 이날 빈소엔 이대원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을 비롯해 이광진 양재성 김해룡 부회장, 주형결 전무이사가 들렀고 함기용(50년 보스턴마라톤 우승) 최윤칠 고문(50년 보스턴마라톤 3위) 등이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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