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독일 피셔 외무장관 적군파관계 위증혐의 수사받아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1분


‘엎친 데 덮친 격인가.’

재야 시절의 폭력혐의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위증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점점 헤어나기 어려운 위기를 맞고 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4일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에서 열린 적군파(RAF) 테러리스트 한스 요아힘 클라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셔 장관이 RAF의 관계를 전면 부인한 것과 관련해 독일 검찰로부터 위증과 폭력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피셔 장관은 증언에서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의 일원인 클라인과 마그리트 쉴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쉴러는 검찰 증언에서 자신은 73년 피셔 장관이 재야운동가로 활동할 당시 그의 아파트에 머물면서 68년 독일 학생운동의 방향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등 교류를 가졌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자칼과 클라인 등은 7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장에 기관단총을 들고 난입해 OPEC 각료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슈피겔은 “당시 독일 사회의 폭압적인 상황을 알리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피셔 장관이 RAF와의 관계를 투명하게 해명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민당(CDU) 등 야당은 지난달 피셔 장관이 시위 도중 경찰을 폭행하는 사진이 공개되자 “폭력주의자가 외무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사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피셔 장관은 “젊은 시절 폭력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나도 경찰로부터 두들겨 맞았으며 당시 재야활동을 통해 폭력과 테러로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달리는 각료’로 통하는 피셔 장관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주파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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