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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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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신동엽의 재기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넉살과 순발력은 여전히 생고무처럼 탄력이 넘치고, 진행을 맡은 '일밤'의 인기 코너 '러브 하우스'는 순간 시청률이 47%까지 올라갈 정도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신동엽이 등장한 이후 '일밤'은 시청률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한지 10년. 그동안 화려한 인기의 정상에도 서 봤고, 순간의 실수로 사회의 지탄도 받았던 그에게 과연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좋아하는 것일까?
일주일 내내 빡빡한 촬영 일정에 시달리는 신동엽과 인터뷰 시간을 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두 번이나 약속 날짜를 바꾸는 수고 끝에 어렵게 만난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푸석푸석한 얼굴을 가리려 평소 잘 쓰지 않던 선글래스까지 쓴 그를 보고 괜히 미안한 심정이 들어 첫 질문을 했다.

- 방송 일정이 너무 고된 가 보죠? 피곤해 보이네요.
방송 일정이 빡빡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 피곤한 것은 사실 새벽까지 술을 먹어서 그래요. 밤늦게 촬영이 끝나고 나서 프로야구 선수협 간부들과 한 잔 했거든요. 저도 '한 술' 하지만 어휴, 야구선수들의 주량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웃음).
- 그럼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죠? 요즘 <두 남자 쇼>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야외촬영이 많은 프로그램을 2개나 하고 있어 정신 없다고 들었는데….
어제는 모처럼 여유가 생겨 술을 할 수 있었지만 평소에는 일주일 내내 스케줄이 꽉 차있어요. 피곤하지 않으면 거짓말이죠. 일주일중 3일은'러브 하우스' 때문에 돌아다녀야죠, 하루는 <두 남자 쇼>의 촬영을 위해 밤을 세워요. 여기에 녹화와 연습까지 겹쳐 있어 진짜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요.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를 '러브 하우스'를 시작하면서 벌써 몇 달째 못하고 있다니까요.
- '러브 하우스'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던데요. 왜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밖에서 촬영하면 인기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요. 길가던 아저씨나 시장 아주머니들도 저와 제작진을 보면 "러브 하우스하네"라며 아는 척을 해요. 이 코너를 좋아하는 것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시청자도 함께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진 집안 인테리어를 남을 통해 감상한다는 것 등 공익적인 면과 오락적인 면이 함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 처음에 방송에 복귀할 때부터 '러브 하우스'와 같은 아이템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혔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쉬다가 복귀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처지에 뻔뻔스럽게 '저 돌아왔어요'하고 얼굴 내밀기가 좀 부끄러웠어요. 남을 웃기더라도 기왕이면 남들에게 뭔가 감동도 주고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예전의 '신장개업' 팀과 다시 뭉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러브 하우스'이죠.

- 방송을 보니까 코너를 제작하는 것이 다른 오락 프로그램 보다 훨씬 힘들겠던데요.
보통 일주일에 3개 집을 동시에 진행해요. 한 군데는 막 수리에 들어가는 곳, 또 한 집은 한창 진행중인 집, 그리고 마지막은 수리를 마쳐 가족들에게 공개할 준비가 된 집이죠. 같은 녹화라고 해도 장소에 따라 제가 진행할 내용과 '쳐야 할' 멘트가 다 달라요. 한 집에 보통 10일 정도 촬영을 하죠. 솔직히 저보다 제작진이 더 고생이죠. 두 팀이 돌아가면서 찍는데 촬영한 테이프가 엄청나 그것들 편집하느라 며칠씩 밤을 지새우거든요.
('러브 하우스'의 제작비는 방송사에서 공식으로 책정된 금액이 2000만원이다. 이 돈은 대부분 자재비나 기본 인건비에 사용된다. 실내 수선에 사용하는 가구나 악세러리, 각종 용품 등은 프로그램 취지에 동참한 업체들이 협찬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두 명의 건축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스탭들 역시 모두 무보수로 참여하고 있다)
- 방송 활동을 재개한 지 6개월 만에 완전히 예전의 인기를 되찾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런 말 들으면 오히려 겁나요. 솔직히 지금도 '아직 나는 근신중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방송을 하고 있거든요. 아직도 저를 완벽하게 용서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말을 조심하려고 애를 써요.
- 신동엽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트콤에서 보여준 코미디 연기를 보고 싶어하는데요. 시트콤은 할 계획이 없나요?
왜요? 해야죠. 저도 시트콤에 애정이 많아요. 늦어도 오는 가을께는 시트콤을 할 계획입니다. 그전에는 <두 남자쇼>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 일정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출연이 예정된 작품이 있나 보죠?
출연을 예정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제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사실 가을로 미룬 것도 그 때문이죠. 제가 소속한 기획사(조성모가 속한 GM 뮤직)와도 처음 계약을 할 때부터 시트콤을 만들자고 뜻을 맞췄어요. 전에 했던 청춘 시트콤이 아닌 진짜 어른들이 보고 웃을 수 있는 성인 시트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기 있는 <순풍 산부인과>나 <세친구> 모두 외부 프로덕션에서 만들었잖아요. 올해 시트콤 제작에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신동엽은 <남자 셋, 여자 셋> 시절부터 출연진 중 유일하게 구성작가의 대본 회의에 참여했다. 시트콤에 대해 가진 유머 감각과 연출 센스는 <세친구>의 송창의 PD도 인정할 정도로 탁월하다)
- 그럼 같은 소속사인 조성모씨도 시트콤에 출연하나요?
모르죠. 성모가 연기에도 재질이 있으니까 내용이 맞고 하고자 할 의향이 있으면 할 수도 있죠(웃음). 재욱이하고도 언젠가는 시트콤에서 함께 연기하자고 벌써부터 약속을 했는데요.
- 마지막으로 지난 해 방송에 복귀할 때 "소라와 결혼하지 않으면 독신으로 살겠다"고 했는데 그 말 지금도 유효하나요?
그럼요. 제가 이제 와서 소라 외에 누구랑 결혼을 해요? 다만 그녀에게 지금은 방송에 복귀한지 얼마 안돼 당분간 일에만 전념해 뭔가 이루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소라도 그런 제 심정을 이해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바빠서 자주 못보는 대신 매일 전화로 서로 하고싶은 말 하면서 지내는데요. 저희 애정전선에는 이상 없어요.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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