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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6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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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조짐이 완연한 상황이어서 당초부터 시장은 FRB의 금리유지를 예상한 때문이다.
사실 이날의 FRB의 결정은 시장으로서는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인하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오기를 바랐다. 현재의 '긴축'정책에서 '중립'으로 통화정책이 바뀌기를 고대한 것이다.
그러나 앨런 그리스펀 FRB의장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경제에 아직도 인플레 우려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노동시장의 경색에 따른 고임금과 고유가 등으로 인플래 발생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현재 유휴 노동력의 고갈현상으로 임금인상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원유가 상승의 파급효과도 아직 미국 경제 전반에 퍼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통화정책의 불변(不變)에다 인플레에 대한 경고는 이날 뉴욕증시의 상승폭을 크게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라운 브라더스&헤리만의 로널드 힐 투자전략가는 "실망스럽다. 유가앙등, 강한 달러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FRB가 통화정책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 달러가치도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자금 및 주식시장이 숨통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FRB, 왜 인플레 우려하나
지난 3/4분기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생산은 연율 기준으로 2/4분기 5.6% 증가의 절반에 불과한 2.7% 증가로 둔화됐다. 최근 주가가 5일째 약세를 이어가는 등 거의 10개월에 걸친 조정양상으로 거품도 상당 부분 가셨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4/4분기 성장률이 높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 판매와 주택시장의 두 가지 지표인 신규 건설과 신규 주택 판매는 3/4분기 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판매도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주가가 상당폭 조정을 받고 경기둔화 조짐에도 개인소득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소비지출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부(負)의 자산효과(minus wealth effect)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FRB는 이에따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해 기업들의 구인난이 심화되고,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노동시장의 추이를 관찰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0월에도 30년만에 최저 수준인 3.9%를 유지했으며 단위당 노동 비용은 지난 3.4분기 중 1년여만에 가장 빠른 수준은 2.5%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금리 및 통화정책 변화 전망
전문가들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르지만 '인플레 경고 삭제→통화정책 변화(재할인률 인하 포함)→금리인하'의 수순을 밟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AP통신은 이날 관련 기사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다음달에 열리는 통화정책회의(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적어도 "인플레를 우려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어 내년 1/4분기에는 통화정책을 '중립(neutral)'로 수정하면서, 은행이 개인 또는 기업에 적용하는 재할인률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늦어도 상반기 안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4/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지난 3/4분기에 이어 또다시 FRB가 '적정선'으로 보는 연 2.5∼3.0% 범위내에 들어오면 재할인률 인하 조치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통신은 단서를 붙였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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