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일산 마두동 단독주택

  • 입력 1997년 10월 13일 08시 04분


광대한 우주, 그 경계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할 사람이 없다지만 우주의 중심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당신의 집이다. 그 곳은 심신이 평안을 얻는 곳이고 자녀가 양육되는 곳이며 무릎꿇은 한 영혼이 신을 만나기도 하는 곳이다. 집은 현세의 삶이 우주의 축과 만나는 지점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집은 존재의 중심이 아니라 상품이 돼버렸다. 요즘에는 브랜드까지 생겨 「미국식 목조주택」 「스위스풍 빌라」 「인텔리전트 아파트」 등 삶이 실종된 「기호의 동물원」이 도시를 채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 살 집」을 꿈꾸는 건축주를 만났다는 것은 매우 드문 행운이었다. 일산 마두동의 아담한 대지는 우리시대 「집」의 보편적인 형식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80평이 안되는 부지, 평당 2백50만원의 빠듯한 예산, 그리고 다섯식구에 필요한 공간 등 도시주택의 일반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일산주택을 통해 우리의 한옥이 그랬듯이 삶과 건축과의 밀접성, 어떤 조건에도 적용되는 융통성 있는 문법, 그리고 정돈된 조형의 원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집 전체를 균질한 세 개의 채로 구성하고 그 속에 필요한 공간들을 조직해 나갔다. 세 채의 구성방식은 어떠한 대지조건이라도 적합하게 변용할 수 있었고 부엌 식당―거실―침실 등 세 영역의 분화와 연결에도 유리했다. 이층 높이의 거실과 아늑한 안마당을 소우주의 중심으로 삼고 그 주위로 아치형 볼트가 노출된 가족실, 툇마루를 갖는 침실, 정발산으로 열린 테라스 등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보았다. 콘크리트 프레임의 차가움과 목재 판벽 따스함의 대비가 집에 표정을 만들어 주었고 엇갈린 방향성을 갖는 세 채의 구성은 어느 방향에서나 변화있는 형태를 연출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일산주택이라는 소우주에는 외부와 내부의 질서가 새롭게 구축됐다. 거실과 식당은 툇마루와 안마당, 안방은 툇마루와 안방마당, 그 밖의 방도 테라스를 가지면서 외부1(도시)―내부―외부2(마당)로 이르는 소우주의 관계망 속에 자리잡게 됐다. 이 시대의 전형이 될 만한 도시주택을 짓고 싶다는 바람은 10여년전 서울 가회동의 한옥을 탐구하던 때부터 키워온 것이지만 일산주택을 통해 어쩌면 가망없는 여정의 처음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김승회 강원필 (경영위치건출사무소 공동소장) ▼약력(공동) △서울대 건축과 졸 △대한민국건축대전 우수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입상 △농어촌공공보건의료기관 서울대환경대학원 현상설계 당선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02―592―4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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